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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여행/공원ㆍ마을

[공간을놀다 #10] 대흥동 카페 느린나무



처음 느린나무에 발걸음한 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닙니다. 나는 대흥동에서 한참 동안 길을 헤메고 있었고, 내앞에 이상한 나라마냥 딱하고 나타난 게 느린나무거든요. 나는 대흥동의 많은 공간들을 사랑하고, 그 가운데에서도 카페 따위의 내가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곳들을 사랑합니다. 항상 대흥동에 나오면 도시여행자니, 이데니, 비돌이니를 들리곤 하는데, 그날은 마침 발걸음이 느린나무로 향하더군요. 문을 열면 이상한 나라가 펼쳐지는 느린나무, 대흥동의 소소한 카페, 느린나무를 소개합니다 :)









느린나무에 들어서면 아늑한 풍경이 시야에 가득 찹니다. 따뜻한 전구색 조명 아래 아기자기한 소품들은 빛을 발하고, 마치 유년의 어느 시기로 돌아간 듯한 애틋한 마음이 샘솟습니다. 이상한 나라에 발을 디딘 앨리스가 그러했을까요. 어미의 품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따뜻한 풍경에 넋을 잃고 있노라면, 세상을 다 가진듯 합니다. 대흥동 카페 느린나무에 들러 커피 한 잔을 시키고 구석구석 꽂혀 있는 물건들을 구경해 보세요. 물건들 하나에 또 다른 역사가 녹아있을 줄 어찌 압니까. 나는 느린나무의 책장을 좋아합니다. 내 책이 꽂혀있기도 할 뿐더러, 좋은 책들이 가득하거든요. 참 위안을 주는 책장입니다.









평상시의 느린나무도 좋아하지만, 나는 비 오는 날의 느린나무가 그리도 좋을 수 없습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살이 밖에 보일 때면 더더욱 안온한 느낌이 들거든요. 집에서도 느낄 수 없는 안락함에 꾸벅 졸다가, 책을 읽다가, 노트북을 투닥이며 작업을 하다가, 커피를 마시면 세상이 무척이나 따뜻해 보입니다. 사람의 기분에 따라 풍경이 달라보인다지만, 이 풍경은 내가 꿈꿔왔던 풍경인걸요. 느린나무에서 세상을 바라보면, 조금은 느리게, 살 수 있을 겁니다.








오늘도 비가 옵니다. 오랫동안 타오던 자전거를 집에 고이 모셔놓고, 우산을 들고 길을 나서려 합니다. 은행동의 중고 서점에 들려 책을 사고, 종종 걸음으로 십 분만 걸으면 느린나무가 보이겠지요. 오늘은 느린나무에 가는 날입니다. 추적이는 빗살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실 생각에 벌써부터 기분이 좋습니다. 대흥동 카페 느린나무, 들려보지 않으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