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전맛집/대덕구맛집

[공간을놀다 #5] 대전 카페, 한남대 문화공간 KIV AA





새로운 아지트가 생겨버렸습니다. 나는 삼 년 만에 학교에 다니는 복학생입니다. 한남대학교 린튼 글로벌 컬리지, Global Communications & Culture 전공. 영어라 (저도) 어렵지만 쉽게 이야기하면 저널리즘에 관계된 지식을 영어로 배우는 학문의 장입니다. 나는 Ken Morrison 교수의 수업을 세 개 듣고, Brian Stuart 교수의 수업을 두 개 듣습니다. 생애 첫 한국어 수업인 사진 예술도 쟁취했고, 채플도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 있습니다. 신 나는 캠퍼스 라이프를 기대했지만, 또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원래 추진하던 몇 개의 프로젝트에 과제까지 겹치니 일상이 사라져버리고 말았지요.


한남대 정문에 위치한 카페 키브 KIV AA. 매주 목요일이 즐거운 키브는 나의 새로운 아지트입니다. '원래는 그럴 생각이 없었는데 카페 오픈하면서 입지를 보잖아요, 그렇게 보다가 느낀 게 뭐냐면, 대흥동은 문화공간이라 사람들과 소통하는 장이 많아요. 하지만 여기는 대학가 근처인데도 장사하는 모든 사람들이 답답하게 장사만 하고 있고, 대학생들과 무언가를 공유하는 게 없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걸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문화 공간이랄까요. 공간을 일부분 빌려 드려서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게 하고 싶어요. 특히 대학생들은 조금 더 많은 생각을 품고 있지 않나요? 안 그런가?' <한남대 카페 키브 점장, 육심일 씨 인터뷰 중>







 개강하고 나서 삼 년 만에 학교에 오니 적응 안 되는 것 천지였는데, 다행히 일상을 소비하는 습관에는 변화가 없습니다.나는 대체로 공강 시간에 복습과 예습을 하곤 합니다. 카투사 복무 2년 동안 영어를 썼지만, 워낙에 장르가 다른(눈물) 영어인지라 공부를 손에서 놓을 수가 없거든요.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가면 대체로 '봄눈, 인도' 프로젝트와 개인적인 출판문제, 전시 문제 등이 발목을 잡으니 학교에서라도 완벽하게 해야 하는 겁니다. 등교 삼십 분을 절약하기 위해 픽시의 페달을 불나게 밟고, 공강 시간이면 홀로 카페에 앉아 밀린 업무와 과제를 처리합니다. 그리고 목요일이면, 봄이 학교에 '출몰'하는 거지요. 목요일은 무려 네 시간의 공강이 있는 날. 내가 학교에서 그녀를 만나는 날입니다. 


 우리는 목요일의 한남대 카페로 키브를 선정했습니다. 키브는 나와 그녀가 접선하는 지점, 그녀가 나의 남은 수업 한 시간 십오 분을 기다려주는 공간, 그녀와 네 시간의 여유를 함께 즐기는 장소인 것이죠. 키브는 재미있는 공간입니다. 대전의 문화 요충지로 발돋움하고 있는 대흥동, 그 대흥동의 추억이 담긴 끝(얼마 전에 건물이 철거되고 원룸으로 바뀌었더군요.)의 매니저가 한남대에 카페를 낸 것이거든요. 나는 모교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학교 상권의 몰'문화'적인 행태에 가슴이 아팠던 적이 많습니다. 하지만 내가 현실 비판만 해대며 서울을 오가는 사이 누군가는 모교의 문화를 바꾸려 하고 있었습니다. 이곳에는 없던 '문화'를 말이지요.









 장사하면서 항상 느낀 건데, 주면 주는 만큼 오더라고요. 이 말 듣고 다들 받으려고 오는 거 아닌가요? (웃음) 정말, 장사하면서 느낀 건데 안주고 없어서 썰렁한 거보다는 주고 많은 게 좋더라고요, 그리고 공간은 사람을 채우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처음 대흥동 끝 매니저 했을 때도 매출이 너무 안 좋았어요. 가게는 예쁜데, 이걸 나만 느끼고 있으니까 너무 아쉬운 거에요. 그래서 우선 내가 좋아하는 음악들로 선곡을 다 바꾸고, 분위기도 최대한 좋게, 흔히 말하는 연인들이 올 수 있게 만들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그런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오더라고요. 한 번은 직원들을 남자로만 뽑았었어요. 크리스마스 이브 날이었는데, 손님이 다 여자인 거에요. 직원들이 잘 생겨서 직원 보려고, 테이블 수가 열 일곱 개였는데 열 일곱 개가 여자들로 꽉 찬다는 게 웃긴 거거든요. <한남대 카페 키브 점장, 육심일 씨 인터뷰 중>


 한남대 카페 키브의 점장님은 즐거운 사람입니다. 한없이 무뚝뚝하게 있다가도, 마음을 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우리 테이블을 점령하신다지요. 어떤 커피를 마시고 있는가, 혹은 어떤 급한 일을 하고 있는가 따위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점장님과의 대화가 즐거우니 우선순위를 제치고 보는 겁니다. 나와 봄은 카페에 갈 때면 한 보따리의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물론 그만큼 점장님도 두 보따리의 이야기를 풀어내 주시지요. 음악과 인디 밴드, 대전의 문화, 사진과 전시에 관한 이야기까지. 우리의 이야기는 다양한 주제를 넘나듭니다. 인디 밴드 잔향의 증발과 자각몽을 알고, 이랑의 잘 알지도 못하면서를 아는 그는, 우리에겐 더할 나위 없는 즐거운 대화상대입니다. 










 매주 목요일 일곱 시, 한남대 카페 키브에선 대전 인디 밴드의 공연이 펼쳐집니다. 저번 주 목요일은 연륜의 어쿠스틱 머신 (이하 어머밴드), 오늘은 이건일 밴드가 공연했습니다. 어머밴드야 어느 정도 인지도도 있고(?) 유투브에 검색해도 다양한 영상 결과물이 나오는 밴드지만, 이건일 밴드는 금시초문인지라 공연이 기대되었습니다. 작년 대전 사운드 페스티벌부터 시작해 (올해에도 10월 26일 엑스포 과학공원 일대에서 열립니다, 기대해 주세요.) 다양한 음악 축제들이 많아지는 요즈음, 이름없는 새로운 밴드라 하니 기대를 조금만 한 건 사실입니다만. 정말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여섯 곡의 자작곡을 준비해 왔는데, 한 달 된 밴드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완숙함으로 다가왔습니다. 그 위트와 박자. 달달하다가 삐끗 넘어진 그녀의 백치미처럼, 엉뚱한 멘트와 잔잔한 곡으로 좋은 공연을 선사해준 이건일 밴드, 다음 주 어머밴드의 리턴 매치도 살짝 기대해 봅니다. 아 물론 공연이 아닌 카페 선곡도 아주 훌륭합니다(웃음).


 우울한 재즈, 팝을 주로 틀어요. 사실 저는 시부야 케이를 듣고 싶은데, 가끔 틀어요. 정말 듣고 싶을 때만요. 아주 가끔 들으셨을 거에요(웃음). 사실 한때 힘들었던 시절에 들었던 노래들이 있는데, 그때 틀었던 노래들을 가게에서 틀었는데 손님들이 노래 제목을 물어보고, 노래 리스트를 물어보고 그러는 거에요. 네, 손님들도 그런 이야길 많이 해요. 그래서인지, 음악이 되게 중요하다고 느껴요. <한남대 카페 키브 점장, 육심일 씨 인터뷰 중>






 치즈케이크 + 아메리카노가 단돈 사천 원에 판매되는 카페. 내 새로운 아지트는 키브 KIV AA입니다. 매주 화수목금요일, 혹은 목요일의 대부분에 나는 이곳에 오지요. 넓은 카페에 앉아 소슬소슬 내리는 비를 바라보기도 하고, Prof. Ken이 내준 수많은 블로그 과제를 하기 위해 넷북을 열심히 투닥이기도 하고, 산뜻한 봄이 봄 내음을 풀풀 풍기며 다가오면 그 미소에 현혹돼 넋이 나가 봄을 쳐다보기도 하고, 사장님이 내어준 수프리모 한 잔에 치즈케이크를 곁들이다 생의 즐거움에 대해 문득 생각하기도 하고, 롤랑 바르트와 수잔 손탁이 썼다고 해서 있어 보이길래 냉큼 빌려 온 사진론을 뒤적이다 가끔 졸기도 하고, 아무튼 나는 그렇게 한남대 카페, 목요일의 키브 KIV AA를 살고 있습니다.


 대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이 카페를 문화공간으로서 함께 꾸려나가고 싶습니다, 라는 육심일 점장님의 말마따나, 여러분은 자발적으로 무언가를 쟁취할 준비가 되었나요? 문화는 모두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닌, 즐기고자 노력하는 이에게 주어지는 것입니다. 나와 같이 목요일의 키브를 놉시다, 한남대의 문화를 부응시켜 봅시다. 한남대 카페 키브, 다음 주 목요일에 만나요! 


대전블로그기자단 이한규 대전시청홈페이지 대전시청공식블로그 대전시 공식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