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과 맛이 어우러진 정통 한정식집에서 풍성한 밥상 한 상을 받는다면
무더위와 잦은 비로 지친 심신을 달랠 수 있지 않을까요?
때마침 서울서 친구 내외가 찾아 온다기에 분위기 있고 맛깔나는 한정식집을 찾았습니다.
가격 걱정(품격 대비)~
맛 걱정~
싹~
날려버리셔도 되지만
자리 걱정은(예약 필수) 좀 하셔야 할 곳을 소개합니다.
도심 속에서 잘자란 살구나무가 한 그루 서있는 이 집이 바로 제가 소개할 한정식집입니다.
간판이나 안내할 만한 표지석도 없는 골목길에 자리한 집이라 초행이라면 꼭 전화번호를 알아서 가야 할 음식점이지요.
간판은 살구나무가 대신합니다. ('살구나무집'이라는 이름을 가진 19년 전통의 음식집이랍니다.)
마당 우측에 자리한 들마루 형태를 겸한 작은 방들입니다.
어느 때나 손님이 많은 곳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겠지요?
음식 재료를 손질하고 계시는 아주머니들의 분주한 손놀림도 함께 담아 보았습니다.
예약된 좌석에 앉으니 예사롭지 않은 놋쟁반이 반깁니다.
차림표가 단순하면서도 은연중에 자부심이 드러나네요.
앞으로 나올 음식이 기대가 됩니다.
방과 방 사이를 가려주는 아름다운 밀창입니다.
가장 먼저 나온 음식은 잡채와 비지장입니다.
약간은 의아해 하면서 작은 양은 냄비에 담긴 비지장을 보았어요.
왜 이 두 음식을 전채 음식으로 내놓은 것일까? 더구나 비지장과 잡채라니~ 과연 이 두 가지가 어울릴까?
이러한 저의 우려와 걱정은 음식을 맛본 후 싹 사라졌습니다.
잡채의 착착 감기는 맛과 비지장의 깊은 맛은 기가 막히게 잘 어울리더군요.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웅숭깊은 맛이 나는 갖가지 찬들과 다양한 찌개, 소고기, 돼지고기, 생선 요리 등등
하나하나 맛보고 즐기느라 제대로 사진에 다 담진 못했지만
모두모두 간간하니 먹고 나서도 여운이 오래가는 훌륭한 음식들이었습니다.
밥과 함께 누룽지 숭늉이 나오는 것도 감동이었습니다. 그야말로 토속적이면서도 품격 높은 옛맛을 느낄 수 있었답니다.
더구나 궁금해서 살짝 놋그릇을 들어보니 장인의 낙인이 새겨진 그릇들이었어요.
음식도 중요하지만 그릇이 맛에 일조를 한 것 같았지요.
나오는 길에 재미있는 문자가 든 액자를 발견하였어요.
산과 새, 내와 물고기, 해와 달, 구름과 비를 나타낸 한자들입니다.
모두가 어우러지니 이 또한 멋진 작품이 되네요.
주인되시는 분께 여쭤보고 싶은 게 많아지는 집입니다.
오후 일정 때문에 이른 점심을 바삐 먹은 듯 합니다.
다음에 꼭 좋은 분이랑 함께 다시 찾으리라 생각하며 아쉽게 살구나무집을 나왔습니다.
살구나무집(한정식)
주소: 대전광역시 서구 용문동 226-8
전화번호: 042)526-0306, 527-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