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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문화

[문화생활] 그 옛날에 비아그라가 있었다면.. 명작은 탄생되지 않았다! (루벤스,안젤리카,프랑크왕국)







는 AD 8세기 어느 해, 어느 달, 어느 일. 무함마드라는 사람이 이슬람교를 창시하면서 지금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시작하여 중앙아시아, 북아프리카, 스페인까지 영역을 넓혔습니다.

당시 유럽은 서로마 멸망 이후 북유럽의 바이킹, 바바리안, ‘열려라 참깨’의 주인공인 북아프리카 페니키아인 등 이른바 도적(?)들이 휩쓸고 다니던 무법천지에서 조금씩 질서가 잡혀가는 시기였습니다.

북아프리카를 지나 스페인을 점령한 이슬람 군대가 그다지험하지 않은 피레네 산맥만 넘으면 서유럽은 이슬람 세력에 의해 평정될 것이 분명했습니다. 아직 이슬람 군대에 대적할만한 국가 세력이 없었던 서유럽은 공포에 떨었습니다. 그나마 유일한 희망은 프랑크 왕국이었습니다. 당시 프랑크 왕국의 재상은 훗날 샤를마뉴 대제의 할아버지인 카롤루스(Carolus Martel)였습니다.




이슬람 제국은 적국인 프랑크 왕국의 정보를 얻기 위해 많은 첩보원을 서유럽에 보냈습니다. 첩보원 중에는 안젤리카(Angelica)라는‘불세출의 미녀 정보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안젤리카는 프랑크왕국에서 첩보활동을 하다 발각되어 카롤루스에게 체포되고 맙니다.

그런데 안젤리카의 미모가 워낙 출중했나 봅니다. 뛰어난 미녀를 죽이는 것은 남자의 도리가 아니라고 여겨서인지 안젤리카는 죽음을 모면하고 감옥에 갇히게 됩니다. 미녀 앞에서는 간수들도 본분을 잊을 정도로 마음이 흔들라는 걸까요? 하루는 안젤리카가 간수에게 야릇한 자세로속삭입니다.

“오빠, 성문 밖 물레방아 알쥐? 오늘 저녁에 날 내보내주면 거기서 기다릴게.”
간수는 귀신에 홀린 듯 감옥 문의 열쇠를 그녀에게 건네주고, 안젤리카는 감옥에서 탈출을 합니다.

열쇠를 건네 준 간수는 아무도 없는 물레방앗간에서 하염없이 그녀를 기다립니다. 그러나 감옥을 빠져나온 안젤리카는 길을 잃고 프랑스 지방의 광활한 숲 속을 헤맵니다. 애당초 물레방앗간에는 갈 마음도 없었겠지요. 숲을 헤매던 안젤리카는 한 노인을 만나게 됩니다. 이 노인은 안젤리카에게 자신을 은자(Hermit)라고 소개합니다. 은자? 아마 우리식으로 해석하면‘계룡산에서 혼자 도를 닦는 선인’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노인은 진짜 선인이 아니었습니다. 젊어서 사회에서 온갖 사기치기, 정숙한 여인 바람 내놓고 달아나기 등으로 세월을 보내다 깊은 숲속으로 피신한 파렴치범이었습니다. 우연히 자신이 사는 집 근처에서 숲 속을 헤매는 아름다운 젊은 아가씨를 발견한 이 노인은‘계룡산 도인’정도로 뻥을 튀긴 거지요

“나가 여자를 돌 같이 본 지 이미 십 수 년이 흘러부렀지라.”
“자네가 나를 겁나게 유혹해 뿌러도, 나가 도력이 대단한 께로, 일체 불미스러운 일은 읍쓸 것이네, 암만~.”
“자네 겁나게 피곤해 보이네. 싸게 집으로 가서 먹고, 쉴 수 이께 끄롬‘알라의 이름’으로 초대하는구만이고라.”

노인은 온갖 감언이설로 안젤리카를 꼬드깁니다. 안젤리카는 이 노인이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며칠을 굶은 데다 이대로 숲을 헤매다가는 늑대 밥이 되기 십상인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또 다른 내심으로는 자신이 갖고 있는 남자 다루는 특별한 기술을 믿었겠지요. 안젤리카는 못이기는 체 노인을 따라 그의 집으로 갔습니다.

노인은 없는 살림에도 불구하고 온갖 정성을 들인 갖가지 음식을 내어 놓습니다. 안젤리카는 오랜만에 배 불리 먹습니다. 따뜻한 물로 목욕까지 하고 나니, 아무리 특수훈련을 받은 첩보원이라 한들 엄습하는 졸음을 견딜 수 없습니다. 안젤리카는 이내 깊은 잠에 빠져버렸습니다. 여기까지가 이 그림의 상황입니다. 안젤리카가 깊이 잠든 것을 확인한 은자(사실은 응큼한 노인)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행동을 개시합니다. 살그머니 다가와 안젤리카가 덮고 있는 이불을 살며시 끌어 내립니다.‘ 큰일 났습니다~’




노인의 시선이 안젤리카의 가슴에 멎는 순간, 입이 벌어지며 탄성이 흘러나옵니다. “워메~ 숨 막혀부러. 워치케 요로코롬 아름다운 아그가 있을 수 있는감.”

그러나 깊은 단잠에 빠진 안젤리카는 노인이 이불을 걷어내도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합니다. 달콤한 꿈마저 꾸는 표정입니다. 그런데 웬일일까요? 노인이 더 이상 진도를 나가지 못합니다. 안젤리카의 머리맡(그림 우측 상단)에서 마귀가 노인을 부추깁니다.

“오늘 왜 그러능겨?”“너 타짜 아녀?”“언능 해치워야.”

그러나 노인은 더 이상 안젤리카를 범하지 않습니다. 조용히 이불을 덮어주고 자신은 거실 소파에서 쪼그리고 잠을 청합니다.
다음날 아침, 잠에서 깨어난 안젤리카는 자신이 깊이 잠들었던 지난밤에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았음을 알고 노인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떠납니다.

“알라의 축복이 당신과 함께 하실 것입니다.”
“암만, 그라고라. 다음에 꼭 한번 들르시게.”

멀리 떠나가는 안젤리카의 뒷모습을 보며 노인이 푸념하듯 혼잣말을 내뱉습니다.

“에효~ ○○그라는 원제 나오는 거여!”
(ps : ○○그라는 그로부터 1,200년이 지난 후에나 시판되었습니다.)

그림에 등장한 노인은 발기부전 환자였습니다. 오랫동안 혼자 살아서 그런지도 모릅니다. 내로라 하는 작가가 이 주제로 그림을 그렸지만, 루벤스만큼 노인을 동정에 찬 표정으로 그린 화가는 없었습니다.

바로크 시대의 대가 루벤스는 르네상스식 그림 기법으로는 묘사하기 힘든‘사람의 감정’을 훌륭하게 표현해 냈습니다. 색상의 대비, 깊은 어두운 색에서부터 밝은 색까지의 점진적 변화, 대상과 배경의 경계가 불분명하게 이어지는 기법 등은 노인의 마음을 느낄 수 있게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이 노인의 표정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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