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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여행

[구경하러나와유] 디지털 풍경전, 대전창작센터





디지털 풍경전, 대전창작센터



 풍경이라는 주제는 예술가들에게 있어서 가장 오래된 '대상'과 동시에 현재까지 끊이질 않고 작품으로 창작되고 있는 주제이기도 해요. 이런 풍경 작품들은 최근 과학기술의 발달과 표현 기법의확산, 장르간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다양한 작품으로서 나타나고 있죠. 이런 시점에서 대전창작센터에서는 매년마다 현대미술에서 펼쳐지고 있는 풍경의 경향들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는 전시를 매년마다 개최하고 있어요. 2008년도에 개최한 '입체풍경전'. 그리고 현재 전시중인 두번째 풍경전 '
디지털 풍경전'. 과학과 미술이 만나 새롭게 제작되고 있는 신개념의 설치작품을 상상과 실험의 공간 대전 창작센터에서 함께 관람해보시는건 어떨까요?









 사실 이번 디지털 풍경전을 조명하게된 계기는
대전창작센터 그 자체에 있어요. 문화재청에서 지정한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 100호인 대전창작센터. 옛스러운 20세기 건축물이 현대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된 가장 좋은 예. 옛 문화의 흔적이 남아있는 전시공간에서 바라 보는 디지털 풍경전이라는 거 왠지 역설적이지 않나요? 사실 대전창작센터가 개관한 건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어요. 2008년 9월 25일, 오랜 기간 도심의 흉물로 방치되던 (구)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충청지원 건물이 1년간의 리모델링 공사 끝에 완공되었고 시민들과 함께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나게 된 것이죠. 현재는 '상상과 실험의 공간'을 모토로 대전 시민들을 위한 사랑방이자, 창의성 있는 작가들을 위한 실험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해내고 있는 대전창작센터. 그곳에서 관람한 디지털 풍경전 - 함께보시죠.








 고명근 작가는 디지털 프린트라는 기법으로 입체 설치작품을 제작합니다. 실제 건물의 전후좌우를 찍은 이미지를 OHP필름 위에 디지털로 전사하고 다시 직육면체라는 입체구조에 결합시키면서 새로운 조형언어를 획득하죠. 그는 현대미술 조각과 사진, 설치, 디지털을 하나로 묶어 표현하는 대표적인 작가 중에 한명으로 전시된 사진의 이미지를 개별적인 조각 작품으로서 존재하도록 제작하는데 있어서 탁월한 표현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작가라고 해요. 입체적인 반투명 직육면체에 투사된 이미지. 그 이미지는 2차원적인 틀에서 벗어나 다른 차원의 감각구조를 형성하죠. 이번 전시전엔 그의 작품 6점이 전시되었어요. Building-39, 52와 같이 모두 입체적 반투명 직육면체에 이미지를 덧 씌운 형태로 제작된 그의 작품들. 문득 그가 표현하고자 했던 것은 물리적 속성을 벗어난 무언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이이남 작가
는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옛 명화를 재해석합니다. 이전의 명화가 갖고 있던 이미지의 미적 가치위에 현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디지털화된 풍경영상으로 접목하는 방식을 취하죠. 그것은 기존의 명화가 가지고있는 고정관념을 송두리째 무너트려요. 위의 두 작품은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가장 제 마음에 들었던 작품들이에요. 우선 고흐자화상. 46인치의 LED 화면 속에서 빈센트 반 고흐는 끊임없이 변화해요. 제가 올린 GIF 이미지에는 두 컷밖에 없지만 실제 전시에는 수백 컷의 고흐의 모습이 보여져요. 담배를 피는 고흐, 그 담배에서 뻐끔뻐끔하고 나오는 연기들, 그 연기가 만들어낸 고흐의 명작들, 그리고 변화하는 고흐의 모습. 그 밑에 있는 비만모나리자는 더욱이 충격적이에요. 원본의 모나리자가 서서히 비만형태로 변모하는 모습, 그리고 사라지는 모나리자와 변모하는 모나리자 뒷 배경. 모나리자 뒤의 산천초목 보이시죠? 사실은 피와 살점이 난무하는 전쟁터랍니다. 이이남 작가는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여 새로운 표현영역을 개척해요. 운무가 가득 쌓인 만금강과 금강전도에 21세기의 건축물들이 들어서는 모습들. 꽃이 핀 달항아리에 나비가 날아들고 눈이 내리는 풍경. 너무나 아름다운 디지털 미학의 향연에 넋을 잃고 바라봤답니다.





 정정주 작가의 김종영 미술관. 전시장 중앙엔 축소된 미니어처 건물이 놓여 있고 그 반대 벽에 건물 내부에서 바라본 외부 풍경이 비추는 영상이 있어요. 이 영상은 호기심으로 미니어처 건물 내부를 들여다보는 관람객 자신을 보여줘요. 마치 걸리버 여행기에서 본 듯한 거대한 우리 자신의 모습. 그것은 물리적 의미에서 매우 역설적이에요. 모형으로 만들어진 실제 건물은 물리적으로 현존하며 관객이 장악할 수 있는 규모를 가지고 있지만, 실제 건물이 모형화함으로 오히려 그 내부에 접근할 수 없는 아이러니를 만들어내죠. 가만히 조그만 모형으로 제작된 미술관을 들여다봐요. 고개를 숙여 보기도 하고 어깨를 낮춰 보기도 하고. 그렇게 뚫어져라 보고 있으면 화면 저편에 제 자신이 보여요. 화면 너머에 있는 저는 제 자신일까요?







 

  누구나 평면으로 여기는 풍경이 디지털과 만나 입체적으로 표현되는 전시회 디지털 풍경전, 사진으로 감상해보시니 어떠셨나요? 대전창작센터에서 개최되고있는 디지털풍경전은 5월 16일까지 위에 명시된 시간에 무료로 관람하실 수 있어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미술역사 속에서 중심축으로서 존재해 온 풍경, 그 풍경의 아름다운 변화를 직접 감상해보시는건 어떨까요? 본 포스팅을 위해 취재에 협조해주시고 귀한 자료까지 제공해주신 대전창작센터 김민기 학예사님께 감사의 인사를 한번 더 전하며 이 글을 마칠까 합니다. 감사합니다 :-)

 




@ 대전창작센터는 대흥동성당 맞은편에 위치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