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를 탑승하기 위해 오랜만에 대전역에 갔습니다. 지인에게 선물할 성심당 빵을 잔뜩 들고 에스컬레이터를 오르던 중 반대방향 에스컬레이터에 서 있는 여행객들의 대화가 들려옵니다. 그들은 대전하면 떠오르는 것들을 이야기하는 듯했습니다.
많은 걸 듣진 못했지만 “대전하면 교통의 메카 아닌가?”라는 한마디는 기억에 남는데요. 기차에 타서 이 말을 곱씹어보니 대전의 대표 이미지 중 하나가 ‘교통’이긴 하지만 도통 이유는 잘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대전은 왜 교통의 메카일까요? 열심히 고민하여 떠올린 이유 몇 가지를 지금부터 풀어보겠습니다.
1. 역사 깊은 철도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당연 ‘철도’였습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대전은 1905년 경부선이 개통되면서 생겨났고 경부선과 호남선이 갈라지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대전이라는 도시가 철도의 굵직한 역사와 그 시작을 함께했으니 철도를 빼고 대전을 논할 순 없겠죠.
대전 발전의 중심인 대전역에 가면 대전의 철도역사, 나아가 대한민국의 역사를 기념하고 있는 흔적을 볼 수 있습니다.
옛 철도청 대전지역사무소 보급창고
대전역 동광장 주차장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옛 철도청 대전지역사무소 보급창고 3호입니다. 2005년에 그 가치를 인정받아 등록문화재 제168호로 지정됩니다. 이 창고는 1956년에 건립된 목조건물로 평소에는 내부를 볼 수 없지만, 창고 내에서 문화행사가 진행되는 경우가 있어 종종 개방됩니다.
호국철도영웅 김재현 기관사
대전역에서 동광장 쪽으로 바로 나오면 보이는 게 호국철도영웅 김재현 기관사, 황남호 보조기관사, 현재영 보조기관사의 동상입니다. 기적을 울리는 그들은 한국전쟁 당시 미군 구출을 위해 목숨을 걸고 기관차를 몰았던 청년 영웅입니다. 그들이 몰았던 기관차 미카 3-129는 대전 현충원 호국철도 전시장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목척교에 위치한 역전 지하상가 입구 역시 미카 3-129를 본떠 만들었답니다.
철도의 도시라는 명성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대전은 호국철도박물관을 유치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고심 중에 있습니다. 부디 좋은 결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 안 타면 손해인 자전거
대전에서 ‘타슈’ 모르면 간첩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공공자전거 타슈는 꾸준히 애용되는 편리한 서비스인데요. 이 뿐만아니라 깔끔하게 깔린 자전거도로도 대전이 자전거 타기에 딱 좋은 도시임을 설명하는 충분한 이유가 됩니다. 대전은 지역의 끝에서 끝까지 이동하는 데에도 시간적인 부담이 크지 않다 보니 저 역시 자전거를 애용하는데요. 사실 차량과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에서 안전하게 자전거를 탄다는 게 쉽지 않습니다. 자전거도로가 있더라도 차도 옆 한구석에 마련되어 있는 경우가 있어 위험을 감수할 바에야 차라리 자전거 이용을 포기하는 편이 더 낫죠.
물론 공공자전거 대여 서비스는 대전 외에도 많은 지역에서 시행 중에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제가 대전의 자전거 관련 복지 서비스를 높게 사는 이유는 바로 ‘자전거보험 혜택’ 덕분입니다.
대전 시민을 위한 자전거보험
자전거보험은 자전거를 타다 발생한 사고에 대한 보장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대전에 거주하고 있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무료 가입되며, 타슈 외에 개인 자전거를 타다 발생한 사고도 보장됩니다. 또한 보험은 2020년 5월 27일까지 적용됩니다. 자전거보험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대전광역시 자전거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3. 친절한 버스
버스 노선도 촘촘하게 잘 짜여있기 때문에 어디든 버스만 잘 타고 이동하면 금방 도착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올해부터는 버스에서 와이파이도 별다른 절차 없이 이용할 수 있으니 가는 길도 지루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지역의 대학을 오고 가는 일부 노선에서만 시행되었지만 현재는 모든 노선에서 무료 와이파이가 제공됩니다.
버스 기사님들의 잊지 못할 배려
제가 대전을 교통의 메카라고 생각하는 개인적인 이유 중 가장 결정적인 게 버스의 영향입니다. 정확히는 버스 기사님들의 친절함이겠네요. 승객들이 타고 내릴 때마다 하나하나 모두 인사해주시는 기사님들을 만날 때면 아무리 고된 하루더라도 그 시작 혹은 끝이 따뜻해지는 기분입니다. 그래서 다른 버스를 탈 때에도 먼저 밝게 인사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고요.
이는 대전의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많은 시민들이 증명해주는데요. 대전광역시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참여마당란에 ‘칭찬합시다’라는 코너가 있습니다. 못해도 하루에 한건은 꼭 시내버스 기사님의 친절과 배려에 감사를 전하는 글이 올라오는데요. 찾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이미 저와 같은 기사님을 만난 몇몇 분들이 이미 글을 올려두셨더군요.
대전 75 자 9427 버스 기사님, 감사합니다!
위 글을 읽고 저 역시 당시 대전 75 자 9427 버스를 운전하던 기사님을 뵌 적이 있음을 떠올렸습니다. 작년 여름, 정말 감동받았던 경험이었는데요. 위 사연의 주인공 기사님은 마이크로 승객들의 안전을 걱정하는 멘트를 계속해서 해주셨습니다. 정류장마다 어디 정류장이고, 어디를 가실 분들은 여기서 내리시면 된다는 안내까지 해주시고, 이제 어느 쪽으로 회전을 하니 조심하라는 말씀도 코너에 이를 때마다 해주셨습니다. 또한 하차태그를 꼭 찍어달라고 당부하시며 그 이유까지 정성스럽게 설명하셨습니다. 그분을 보며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될진 모르지만 무엇이든 매번 최선을 다하고 웃으면서 해야겠다는 배움을 얻게 되었습니다. 급하게 내리느라 기사님의 성함을 보진 못했지만 정말 그날의 버스는 잊지 못할 겁니다.
317번 정 기사님, 감사합니다!
하루는 대전역 동광장에서 317번 버스를 탔습니다. 꽤 늦은 시간이었기 때문에 지쳐있을 법함에도 기사님께서는 타고 내리는 승객들 모두에게 인사를 해주셨고, 승객들의 질문에도 친절하게 답변해주셨습니다. 이번에는 어떤 식으로든 감사를 표해야겠다고 생각하여 성함을 입으로 되뇌며 버스에서 내렸습니다. 이 기회에 317번 정수근 기사님께 그리고 대전의 모든 기사님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시민들의 발이 되어 어디든 데려다주시는 기사님들 감사합니다.
대전 명물? 교통 그리고 사람!
타 지역에서 방문한 낯선 친구와 우연히 대화를 나누다가 인연이 되어 대전의 갈만한 곳들을 데려다주고, 대전에 대해서도 조금 소개해준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곤 헤어질 때쯤 그 친구가 “대전에선 좋은 사람들을 참 많이 만난 것 같다”며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좋은 인연이라는 예상 밖의 선물을 얻고 가는 여행이었다”라고 말한 게 기억에 남습니다. 저 역시도 대전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무엇인지 꼽으라면 어려울 때가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대전의 이미지를 묻는다면 교통 그리고 대전 사람들이라 답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