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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대전 강제징용노동자상 제막식

“그리웠습니다...
보고 싶었습니다...
햇살… 어머님의 미소… 고향의 흙내음…
꼭 돌아가고 싶었습니다…
이제라도 가렵니다.
어두운 동굴 속에서 나와 그리운 이가 있는, 그리운 내음이 있는 그곳으로..."

-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기념 비문 중에서 -

전국에서 7번째로 세워진 대전 강제징용노동자상

올해는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하는 해입니다. 8월 14일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일이며 15일은 제74주년 광복절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뜻 깊은 해 뜻 깊은 날을 맞아 지난 13일, 우리 대전에도 강제징용노동자상이 세워졌습니다. 가슴 벅차고 가슴 시렸던 <대전 강제징용노동자상 제막식> 소식을 전해드릴게요.

대전 강제징용노동자상 제막식 현장

1. 눈 감아야 보이는 조국의 하늘과 어머니의 미소, 강제징용노동자상

대전 강제징용노동자상과 강제징용피해자 김한수 할아버지

일제 식민지 기간에 끌려간 조선인은 약 780만 명. 이들은 일본은 물론 사할린과 남양군도, 쿠릴열도 등의 광산과 농장, 군수공장, 토목공사 현장에 끌려갔습니다.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열악한 환경에서 강제노역과 수탈, 착취폭력으로 스러져갔습니다.

대전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기념 비문 중에서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억울한 죽음들과 간신히 살아 돌아 온 당시의 청년들을 기리며 후대의 노동자들과 국민들이 뜻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2016년 8월 24일, 3천여 명의 조선인 노동자들이 노역했던 일본 단바 망간 광산에 강제징용노동자상이 처음 세워지게 되었답니다.

굳은 살 배인 검은 손으로 눈부신 햇살을 바라보는 강제징용노동자상

강제징용노동자상은 탄광과 공사장,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묘비를 딛고 우뚝 선 형상으로 빚어졌습니다. 비록 몸은 야위었지만 삶과 자유에 대한 의지를 놓지 않고 고향과 자유를 그리워했을 그날의 그들을 담았습니다.

그래서 그 얼굴에는 옅은 미소가 희망처럼 번집니다. 그 어깨 위에는 한 마리 작은 새가 날아들었습니다. 보라매공원에서 꼭 직접 확인하세요~

2. 시민들의 힘으로 다시 세워지는 역사정의, 대전 강제징용노동자상

2015년 3·1절에 건립된 대전 평화의 소녀상

전국에서 일곱 번째, 드디어 우리 대전에도 강제징용노동자상이 건립됐습니다. 대전시청 북문 맞은편 보라매공원, 이곳은 지난 2015년 3월 1일에 대전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진 곳이기도 합니다.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와 평화를 바라는 시민의 마음이 담긴 곳이지요.

이날의 기념품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열쇠고리

이제는 대전 평화의 소녀상과 대전 강제징용노동자상이 마주봅니다. 덕분에 보라매공원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일제의 만행에 맞서, 참혹한 역사를 잊지 않고 기억하고 되새기는 공간이 되었지요.

대전시민의 휴식공간이자 역사공간이 된 보라매공원, 앞으로는 이 길에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예사롭지 않을 겁니다.

모금에 동참한 시민들과 단체를 새긴 건립기념 추진명판

대전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은 평화나비대전행동과 민주노총대전지부, 한국노총대전지부가 주관하여 오롯이 시민들의 성금으로 이뤄졌답니다. 

지난 5월부터 시작한 모금행사에 2400여 명 시민과 600여 단체가 참여하여 목표액 8천 만원을 무사히 모았고, 이날에 이르렀다니 대전시민의 힘을 확인하는 순간이었습니다.

* 관련기사 >

대전 평화의 소녀상 옆에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합니다

https://daejeonstory.com/9992?category=440721

 

대전 평화의 소녀상 옆에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합니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노동자들은 섭씨 40도가 넘는 지하 1천미터 해저탄광에서 하루12시간씩 석탄을 캐는데 동원되었습니다. 고된 노동과 배고픔을 견디다 못한 노동자들은 탈출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바다에 빠져..

daejeonstory.com

3. 다시 시작하는 독립운동, 대전 강제징용노동자상 제막식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대전 강제징용노동자상 제막식>에 참석한 시민들

<대전 강제징용노동자상 제막식>은 13일 오전 10시부터 약 1시간 동안 진행됐습니다.

허태정 대전시장과 김종천 대전시의회의장, 김용우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대전본부 상임대표, 김용복 한국노총대전본부 의장, 이대식 민주노총 대전본부장 등의 관계자 뿐만 아니라 300여명의 시민들께서 함께 하셨습니다.

민중의례하는 모습 /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모습

이날 무더위에도 대전 강제징용노동자상 건립을 축하하고 역사 의식을 바로잡고자 많은 분들이 함께 하셨지요. 두 개의 대형천막과 준비된 의자가 모자랄 정도였고, 방학을 맞은 아이들과 이 순간을 기념하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대전 강제징용노동자상 제막식>은 송인동 민예총 서예위원장의 붓글씨 퍼포먼스로 시작했습니다. 하얀 바탕 위에 쓰여진 검고 힘찬 글귀! ‘친일 청산! 역사 정의 실현!'은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의 함성과 구호로 다시 한 번 울려퍼졌습니다.

함께 낭독한 대전 강제징용노동자상 비문

개회선언과 민중의례에 이어 대전 강제징용노동자상에 앞장 선 세 단체 대표의 인사말이 함께 했습니다.

그 짧지 않은 이야기에 모두 공감했고 <대전 강제징용노동자상 비문>을 함께 낭독하며 다시 한 번 마음을 모았습니다.

대전 강제징용노동자상 제막식을 취재하러 온 양국의 취재기자들

'독립운동은 못했어도 불매운동은 한다.' 요즘 우리나라는 새로운 독립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한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에 온 국민이 자발적으로 동참하고 있지요.

이러한 분위기에 <대전 강제징용노동사상 제막식>까지 열리니, 일본의 한 언론사에서도 이곳을 찾아왔습니다. 우리나라 취재기자들과 서로 이야기 나누는 장면을 포착할 수 있었지요. 과연 일본 언론에는 이 행사를 어떻게 소개할까요.

대전청년회 노래모임 '놀'의 축하공연

좋은 일에 축하공연이 빠질 수 없겠지요. 대전작가회의 김채운 시인의 헌시 낭송과 대전청년회 노래모임 '놀'의 노래공연이 이어졌습니다.

우리 지역에 이런 재주꾼들이 있었다니! 숙연하고 비장했던 행사장은 '놀'의 힘차고 신나는 노래 덕분에 축제 분위기로 무르익었지요.

4.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다시 시작하는 나라사랑

대전 강제징용노동자상 제막 특별결의문 발표

"오늘은 다시금 독립운동을 시작하는 날이며, 해방 이후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던 일제 잔재 투쟁을 다시 시작하는 날이다."

제막을 앞두고 박규용 (사)대전충남겨레하나 상임대표와 최영민 대전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가 특별결의문을 발표했습니다. 참석자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한 마음 한 뜻으로, 문구 하나하나를 되뇌이며 이날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새겼습니다.

대전 강제징용노동자상의 제막을 앞둔 순간

두구두구두구~

드디어 기다리던 순간이 왔습니다. 대전 강제징용노동자상을 덮고 있던 하얀 천을 걷어내는 자리에는 여러 관계자와 함께, 아주 특별한 세 분이 자리하셨습니다.

대전 강제징용노동자상 제막을 축하하는 순간

1918년 생, 올해로 102세 된 김한수 할아버지와 배우자인 박애순 님 그리고 고인이 되신 최창섭 할아버지의 장남 최기섭 님이십니다.

황해도가 고향인 김한수 할아버지는 일본 나가사키 미쓰비시 조선소에서 1년 4개월 동안 강제노동을 하셨답니다. 그러던 중 1945년 8월 9일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떨어지면서 심각한 부상을 입고 귀국하여, 그해 9월부터 대전에서 살아오셨답니다.

건강이 좋지 않음에도, 2011년부터는 일본의 강제징용 만행을 증언하는데 앞장서 오고 계신 역사의 산증인이십니다.

강제징용피해자 김한수 할아버지(왼쪽)와 고 최창섭 할아버지의 장남 최기섭 님(오른쪽)

최기섭 님은 고인이 되신 최창섭 할아버지의 장남입니다. 최창섭 할아버지는 군함도 강제징용노동피해자셨다니, 영화가 역사였다는 사실에 먹먹해지더군요.

2015년 광복절에는 바로 이곳에서 김한수 할아버지와 강제징용 증언대회를 여셨다는데, 이제는 뵐 수 없어서 안타까웠습니다.

역사의 현장, 보라매공원

8월 15일은 제74주년 광복절입니다. 뜻 깊은 하루를 계획하신다면, 보라매공원에서 시작하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