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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여행/산(山)ㆍ천(川)

호국보훈의 달 6월, 나라사랑 산 교육장 보문산을 올라 보자!

호국보훈의 달 6월은 조국수호의 의미를 되새기고, 과거 나라를 지켜냈던 이들을 기억하는 달입니다. 

69년 전. 그날의 일은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 우리 가슴에 어떻게 자리 잡고 있을까요? 총탄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 자유와 평화를 위해 목숨 바친 이들을 우리는 또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요?

나지막한 분지 형태인 대전은 5개의 산이 엄마품처럼 포근히 감싸고 있습니다. 그 중심부에는 사계절 아름다운 보문산(寶文山)이 있습니다.

대전 8경의 하나에 속하는 보문산은  대전시민들의 추억이 가득한 곳이기도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곳곳에 역사적인 흔적들을 찾아볼 수 있는 곳이 정말 많습니다. 

▷ 호국 영령과 충절 의인이 살아 숨 쉬는 보문산 ​

1950년 6.25 전쟁 당시 전투의 현장이었던 보문산 공원에는 당시의 상황을 잘 말해주는 <대전지구 전승비>와 <대전지구 전적비> 2개의 비(碑)가 있습니다. 

'대전지구 전승비'는 미24사단의 희생을 기리는 것이며, '대전지구 전적비'는 대전과 미24사단 간의 혈맹의 우의를 다짐하는 기념비입니다.

1. 대전지구 전승비(UN탑) 

일명 UN탑이라고도 불리는 대전지구전승비는 미 24사단의 희생을 기리는 비(碑)이다. 현재 보문산 숲치유센터 입구에 세워져 있다

1950년 6.25 전쟁 당시 미 제24사단은 대전에서 결사적인 방어작전을 감행했습니다. 

이 전투에서 자유 평화를 수호한 유엔군의 업적을 후세에 길이 전하고, 숭고한 희생으로 시간을 벌어 인천 상륙작전을 가능케 한 미 제24 보병사단 장병들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한국군은 휴전 이후 최후의 혈전이 벌어졌던 보문산에 대전지구 전승비를 세웠습니다. 

​머나먼 이국 땅. 자유와 평화를 위해 피를 뿌린 미군의 투혼이 마음 깊숙한 곳을 울립니다. ​그들의 희생과 공헌을 기리고 6.25 전쟁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대전 전투를 통해 우리는 그들의 숭고한 희생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대전지구 전승비는 처음엔 대흥동 성모여고에 세웠으나 1975년 보문산 공원으로 이전했다고 합니다.

2. 대전지구 전적비

가운데 로켓포를 들고 인민군 탱크를 조준하는 미군이 딘 소장이다. 그날의 모습을 담은 대전지구전적비

대전지구 전적비는 ​한여름 무더위에 지친 시민들에게 시원한 여름밤을 즐길 수 있게 해 주는  숲 속 공연장 바로 뒤편에 세워져 있습니다. 

전적비 조형물 가운데 로켓포를 들고 인민군 탱크를 조준하는 미군이 딘 소장이며, 그는 훗날 대전의 명예시민이 됐습니다. 현재 국가보훈처에서 지정한 현충시설로 여느 전적비와 마찬가지로 6.25 전쟁이 할퀴고 간 이 땅의 비극과 상처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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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

이곳은 유엔군이 자유를 수호하기 위하여 먼 이국 땅에 와서 유신의 깃발을 나부끼며 적과 맞서 싸운 곳. 그들은 가고 없으나 그들의 공적은 이곳에 찬연히 빛나리라. 1950년 6.25 전쟁을 일으킨 붉은 무리들은 밀물처럼 밀려와 이 아름다운 강토를 붉게 물들였다. (중략)​

유엔기 높이 들고 달려온 미 제24사단, 자유의 이름으로 최후까지 한밭들에서 싸웠나니, 그대들의 피는 이곳에 뿌려졌으나, 그대들의 함성은 지금도 들려오네. 자유의 사도, 평화의 기수. 그대들의 이름은 이 겨레의 가슴마다 깊게 깊게 새겨지리. 포성이 멎고 비둘기가 날고 들꽃이 아름답게 피는 이 언덕에 우리는 제24사단의 전적과 우의를 길이길이 전하기 위하여 이 비를 세우나니 미제 24사단 그 이름 천주에 빛나리라!! (비문의 일부)

1950년 7월 5일 오산전투 이후 경 부축선을 따라 지연전을 전개하여 오던 미 제24사단이 대전에서 북한군의 포위공격을 받아 방어전을 전개하면서 3.5인치 로켓포를 최초로 사용하여 북한군 전차를 파괴하는 성과를 올렸다고 합니다. 이때 24사단을 전두 지휘하던 윌리암 에프 딘 장군이 실종되는 비운을 겪었습니다.  

이 전투에서 용감히 싸우다 산화한 영렬들을 추모하고 혈맹의 우의를 길이 전하기 위해 1959년 3월 31일 야외음악당에 건립됐으나, 1981년 12월에 공원을 확장하고 기념비를 재 건립했다고 합니다.  대전시민들이 가장 사랑하고 즐겨 찾는 보문산이 당시 최후의 혈전이 벌어졌던 곳이라니 믿기지가 않습니다. 


3. 을유해방 기념비​ 

보문산에 세워진 을유해방기념비. 뒤편에는 단기 4279년 8월 15일 세움 대전부민 일동이라 새겨져 있다

8.15 해방을 기념하기 위해 대전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세운 을유해방 기념비는 보문산 숲 치유센터에서 숲 속 공연장 가는 길 왼쪽에 자리 잡고 있는데요.   

1945년 을유년 일본의 패망으로 해방이 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해방 1주년(1946년)이 되는 해 이 기념비를 만들어 대전역에 해태상과 함께 세웠습니다. 

한글로 새겨진 해방기념비 바로 아래엔 한문으로 '解方記念碑'라고 새겨겨 있다.

당시 세운 을유해방 기념비는 한국전쟁 때 소실되어 1960년 대전역 광장에 재건했다가 대전역 개발로 인해 1971년에 보문산으로 이전했다고 합니다.

일본의 식민지로부터 해방이 되었으니 그 기쁨 얼마나 컸는지 짐작이 갈 정도입니다. 깊게 판 글씨와 한글로 새겨진 점이 유물로서 가치가 크다고 합니다.

4. 통일의 염원이 울려 퍼지는 보문산 망향탑

이북도민의 마음의 고향이자 성지인 망향탑

보문산 청년광장에서 아쿠아월드 쪽으로 600여 m 걷다 보면 대전과 충남에 거주하는 60만 이북도민들의 고향인 망향탑을 만날 수 있습니다. 북한에 고향을 둔 실향민 가족들이 1년에 한 번 이곳에서 망향제를 지내는 행사를 하는데요. 

망향탑 건립을 기념하는 날 실향민 가족들이 모여 망향탑 앞에서 망향의 한을 달래고, 고향을 그리며 고향 영에 망배를 올리는 곳입니다. 가고 싶은 고향이 있어도 가지 못하는 실향민들의 아픔은 깊은 상처로 남아 평생토록 가슴을 후벼 팝니다.

이 망향탑은 8.15와 6.25 이후 자유를 찾아 월남한 500만 실향민과 후손들에게 나라사랑과 애향심을 고취시키는 산 교육장으로 1990년 6월 20일 준공했습니다.

5개의 석주는 이북 5도를 상징하는 십장생 그림으로 이북 5 도민의 단합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1년에 한 번씩 이 망향탑을 찾는 실향민들은 어린 시절 고향을 떠나온 그날을 생각하며 눈시울을 적십니다.

5. 나라사랑의 산 교육장 보훈공원

대전을 품은 보문산엔 전란시 목숨을 바친 참전용사들의 위패를 봉안한 보훈공원이 있다

보문산에는 사정공원 외 또 하나의 중요한 공원이 있습니다. 전몰호국용사들의 나라사랑 정신을 기리고 보훈가족과 시민 휴식공원으로 거듭나고 있는 보훈공원입니다.

그 무엇으로도 보상받을 수 없는 그들의 값진 희생이 이곳에 묻혔습니다. 온몸 바쳐 조국을 위해 총탄이 빗발치는 전장을 뛰어다닌 바로 그분들이 계신 대전 보훈공원. 6월이면 더욱 생각나는 분들입니다. 

애국정신을 수직으로 한 위용을 자랑하는 영렬탑은 "영렬들의 승천을 두 손에 담아 모았고, 뾰족한 상단은 조국애의 불꽃을 상징한다" 고 합니다. 2009년 국가보훈처 현충시설로 지정되어 전란 시 목숨을 바쳤던 대전지역 7,300여 6.25 참전용사들의 위패가 봉안되어 있으며, 그들의 위업을 후손만대 영원히 기리고자 영렬탑이 세워졌습니다.

이곳에서 조금 떨어진 사정공원에 애국지사 총도 있는데요. 

한국전쟁 당시 중촌동 대전형무소에 수감된 애국지사들을 북한군이 철수하면서 우물에 넣어 학살된 희생자들의 사체를 수습하여 합장한 묘역입니다. 영렬탑과 애국지사 총 둘 다  용두동에 있다가 애국지사 총은 오래전 사정공원으로 옮겨지고, 이후 용두 지역 재개발로 영렬탑은 보훈공원이 조성되면서 옮겨졌습니다. 

♥ 걷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보문산 행복 숲길

6월의 뜨거운 날씨만큼이나 뜨거운 나라사랑을 느끼며 싱그런 바람이 친구가 되어주는 보문산'행복 숲길'입니다. 

도심 속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사랑받아 온 보문산에 몇 년 전 새로운 변화가 생겼습니다. 보문산이 간직한 역사와 문화, 추억을 떠올리는 힐링 코스로 대사동에서 무수동 사이 12개 마을을 잇는 총 13.79km의 순환형 임도로 5년간의 공사를 끝내고 2016년 6월 행복 숲길이 개통되었습니다. 

행복 숲길은 기존의 4km 구간(아쿠아월드 - 오월드) 포함 1km마다 거리를 알려주는 푯말이 있으며, 시루봉과 보문산성을 중심으로 오월드 출발 - 보문 사지 - 무수동 외 마을 다수 - 숲 속 공연장 - 망향탑 - 청년광장 - 사정공원 축구장 - 오월드로 이어져 있으며, 시루봉을 오르는 길도 곳곳에 나 있습니다. (반대로 숲치유센터에서도 출발 가능)

신록이 가장 아름다운 6월. 행복 숲길을 걸어 보세요! 몸도 마음도 행복해집니다. 

숲이 지닌 치유기능으로 일상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정신적 신체적으로도 건강해질거예요. 군데군데 쉬어갈 수 있는 쉼터와 운동기구도 있으며,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기에도 최고의 코스입니다.   

 대전 목재문화체험장 사진 : 월간 이츠대전 11월호

보문산 행복 숲길이 개통되는 날 대전 숲치유센터 바로 맞은편엔 대전 목재체험장이 준공식을 했습니다. 그 후 2년의 공사 끝에 완공되어 지난해 문을 열고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목공체험 장소로 인기를 더해가고 있습니다.

보문산 순환도로(행복숲길 4km구간. 아쿠아월드 - 오월드)는 이른 봄 벚꽃명소로 유명하다. 사진은 과례정 앞

여름엔 울창한 녹음으로 시원함은 두 배, 건강한 사람은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건강하지 않은 사람은 건강한 체력으로 거듭나기 위해 보문산은 언제나 북적입니다. 대전에서 제일 늦게 벚꽃을 피우는 보문산 숲 속. 코 끝으로 느껴지는 숲 속 피톤치드향에 발걸음이 절로 멎습니다. 

​아쿠아월드에서 오월드까지 이어지는 벚꽃길은 보문산 걷기 코스 중 가장 아름다운 길입니다. 꽃 피는 봄이면 오랜 연륜을 자랑하는 벚나무가 하늘을 가리고, 노란 개나리와 연분홍 벚꽃이 조화를 이뤄 보는 이들마다 탄성을 자아내는 곳이기도 합니다. 

대전 8경으로 선정될 만큼 울창한 녹음을 자랑하는 보문산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시민들에게 개방한 공원으로 대전에서 유일한 자연공원입니다. 아련한 추억을 제공하는 보문산은 세월이 흐르고 흘러도 늘 그 자리에서 우리를 반갑게 맞아 줍니다. 

자유를 위해 투쟁한 선조들의 영혼과 후손들의 추억이 가득 깃든 보문산은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총성은 멈추었지만, 전쟁이 남긴 상흔은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때입니다.

꼭 6월이 아니어도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공헌한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나라사랑 정신을 높일 수 있는 기회로 삼아 보문산을 자주 찾을 것을 다짐해 봅니다.

해방의 기쁨과 6.25 전쟁의 아픈 역사를 더듬어 보고, 위기에서 나라를 구한 이들의 희생정신을 잊지 않도록 6월만큼은 그들을 기억해 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