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 대전스토리투어, 갑천 굽이굽이 마을마다 이야기가 흐른다
대전은 국가하천으로 대전천, 유등천, 갑천을 품고있는데요.
그 중에서 대둔산 물과 계룡산 물이 만나 흐르다가 금강으로 흘러들어가는 갑천에는, 다양한 역사와 환경 이야기가 살아 숨쉽니다.
갑천 상류의 야실마을이라고 불리는 봉곡동에서, 꽃마을로 알려진 증촌마을의 평촌동, 두계천이 흐르는 세편이마을 원정동까지 갑천을 따라 트레킹을 하는 여행 코스가 있어서 소개해 드립니다.
얼리버드를 위해 어슴새벽에 출발하는 새벽힐링투어 갑천은 ‘2019대전스토리투어’를 통해 3천원의 참가비로 참가할 수 있어요.
작년 하반기 때는 짙은 안개로 주변 풍광을 제대로 감상하지 못했던 아쉬움이 있었는데요.
물론 안개 낀 갑천도 멋지긴 합니다.
올해는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지난 4월 48일, 첫 갑천 새벽투어에 친구와 함께 참가했어요.
오전 5시 30분에 구충남도청사에서 출발한 버스는 어스름해질 무렵 봉곡동 야실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예전에 대장간이 있어서 야실마을이라고 불렀다는데요. 지금은 물론 없지만요.
마을로 들어가는 봉곡2교 앞에 있는 이정표를 보면 야실마을, 승상골, 그리고 정방마을이라는 팻말도 있어요.
소정방의 군대가 여기 진을 치고 있다가 새벽에 산성을 기습해서 백제 부흥군들을 전멸시켰다는 기록이 있다는데요. 이곳 산성 아래 소정방 군대가 진을 쳤던 곳을 정방마을이라고 했다네요.
봉곡2교 쪽에서 보면 숲에 가려졌지만 흑석동 산성이 보입니다. 옛날에는 지면성이라 불렀는데, 깎아지를 듯한 절벽 위에 성이 있고 그 밑에 큰 내가 흐른다는 중국 기록이 있다고 해요.
야실마을 커다란 느티나무 쪽에서 마을 쪽으로 보면, 양쪽 두개의 산봉우리 사이에 빈 곳이 보이는데, 이곳에는 소나무들이 심어져 있어요.
이 소나무는 산 봉우리 사이 빈 곳을 채워줌으로써, 좋은 기운은 마을에 머물고 나쁜기운은 막으려고 한 건데요.
그런데 소나무 길 가까이 가보면 길 끝 전봇대 아래 돌비석 같은 게 하나 서 있어요.
소나무를 심는 것만으로는 (마을에 복이 들어오는 효험이?) 부족해 돌비석을 하나 더 세운 것이라고 합니다.
다음은 갑천 상류에서 해맞이가 가장 멋진 평촌동 증촌마을입니다.
마을 입구에서 멀리부터 보이는 노거수는 수령 400년의 느티나무입니다. 한껏 물이 오른 잎은 무성하지만, 줄기와 가지 등을 보면 오랜 세월의 모습이 보여요.
느티나무 옆에는 철을 맞은 유채꽃이 활짝 피어있습니다.
제주도 부럽지 않아요.
이 증촌마을 느티나무 아래에서 '새벽힐링 갑천투어' 참가자들은 새벽국수를 먹는데요. 대전스토리투어 새벽여행만의 맛이에요.
마을 어귀로 어슴프레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먹는 국수의 맛을 먹어보지 않았으면 말을 하지 말라는 맛이에요. 참가자가 적을 때는 2, 3 그릇씩 먹어도 됩니다.
새벽에 나오느라 대부분 빈 속이었을 참가자들은 새벽국수로 든든한 배를 안고 원정동 세편이마을로 향합니다.
원래 증촌마을에서 세편이 마을로 가는 길에 '오제왜개 연꽃 군락지'를 지나는데, 여름이 돼야 꽃이 피기 때문에 500월짜리 동전 크기로 핀다는 왜개연꽃은 볼 수 없었어요. 하지만 물 위를 빠르게 종종걸음으로 건너가는 논병아리를 보고 무척 신기했어요. 너무 찰나의 순간이라 사진을 못 찍었네요.
원정동 세편이마을은 두계천과 그 인근에서 촬영된 영화 '클래식'으로 알려진 곳입니다.
예전에는 너른 들판에 커다란 느티나무가 홀로 서있어서, 영화 촬영장소로는 딱이었던 것 같은데요. 최근에는 주변으로 축사 등이 들어서서 경관은 영화에서만 못하게 됐습니다.
2003년에 개봉했던 영화 클래식의 내용은 가물가물하지만, 손예진 엄마(=손예진)와 조승우가 뚝방길에서 달구지도 타고, 물 속에서는 고기도 잡고 했었다고 하네요.
저는 갑천여행 참가 후 영화 클래식을 다시 찾아서 봤어요.
영화에서는 조각배를 타고 일명 귀신의집을 찾아 내를 건너기도 하는데 그 내가 이곳 두계천이고, 저 느티나무 아래 원두막에서 비에 젖은 옷을 말리기도 합니다.
영화 속 나무로 얼기설기 엮은 다리는 지금은 철거되고 없어서 조금 아쉽습니다.
두계천을 가로지르는 보 위에서는 보 아래로 흐르는 물소리를 들어봅니다.
이 일대 흑석동은 물 안쪽 동네라고 해서 물안리, 하천을 막은 보를 중심으로 위쪽부터 상보, 중보, 하보, 상보, 보 안쪽 동네는 상보안 등으로 부른답니다.
물안리는 한자로 수내리이기 때문에 수내리다리를 다시 놓으면서 우리말로 물안리다리라고 했다고 해요. 전국 각지의 마을이나 다리 등의 이름도 이렇게 순우리말로 지어졌으면 좋겠네요.
보 위에서 보이는 두계천은 수량도 많고 싱그럽습니다.
두계천 변 숲속에는 수많은 왜가리가 살고 있는 곳도 있었는데요.
갑천의 풍부한 먹이와 사람들의 방해를 받지 않는 환경 속에서 새끼를 낳고 키우면서 평화롭게 살고 있는 왜가리의 모습에, 저 또한 행복해진 '2019 대전스토리투어 - 새벽힐링 갑천'이었습니다.
다음 '새벽힐링- 갑천' 코스는 7월 6일(토)에 2차 일정이 잡혀 있습니다. 그때는 왜개 연꽃이 활짝 핀 모습을 볼 수 있겠네요.
대전스토리투어는 갑천 새벽여행 외에도 새벽, 원도심, 야간 등 3가지 테마 9개 코스로 진행되고 있어요. 아래 코스별 방문지와 일정표를 참고해서 참가해 보세요.
= 2019 대전스토리투어 =
참 가 비 : 1인 3천원(당일 납부)
참 가 문 의 : 대전체험여행협동조합 042-252-3305 (휴대폰 010-4553-76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