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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여행/원도심이야기

모던걸, 모던뽀이! 대전의 백화점과 극장을 거닐다

1930년대 대전역을 중심으로 한 대전시내 본정통.

밤이 되자 화려한 불빛들이 새로 들어선 도심의 건물을 일제히 밝혔다.

그곳은 미나카이 백화점과 대전극장이었다.

그 백화점과 극장 안팎으로 신식 남녀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단발과 짙은 화장, 스커트나 치마 차림의 모던걸(moderngirl)이었고, 

양복과 맥고모자, 한 손에는 지팡이를 잡은 모던뽀이(modernboy)였다.

모던걸과 모던뽀이가 대전의 백화점과 극장을 거닐고, 즐기고 있었다.

대전 최초의 근대식 백화점, 미나카이 백화점의 모습을 발굴하다

1930년 대 중반 무렵, 조선의 경성에는 일본 유수의 백화점들이 화려한 외형을 뽐내며 장안의 명소로 각광받고 있었습니다. 당시 일본인들이 소유한 백화점으로는 미쓰코시(三越), 조지아(丁子屋), 히리타(平田), 미나카이(三中井)가 있었죠.

비슷한 시기 대전 최초의 근대식 백화점이 있었습니다그곳은 19329월에 문을 연 미나카이(三中井) 백화점 대전점.

미나카이 백화점 대전점은 어디에 있었을까?

미나카이 백화점 대전점은 대전 본정통(本町通)의 일정목(一町目)이나 춘일정일정목(春日町一町目) 중에 위치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본정통은 혼마치 거리라 했으며 일정목은 거리의 구역표시죠.

미나카이는 현재 대전역 중앙시장 인근에 있었을 겁니다. 현재 서울의 충무로가 바로 혼마치 거리였죠.

2019년 4월의 대전중앙시장 전경

미나카이 백화점 대전점의 모습은 어땠을까?

지금껏 그 실체를 본 적이 없었지만 필자가 최초로 발굴한 미나카이 백화점의 모습을 확인하기 바랍니.

당시 조선신문의 기사는, 1934621일 미나카이 백화점이 3층 건물로 확장 이전해서 개점했는데 사람들로 밤낮 만원이라고 전합니다.

미나카이 백화점 대전점 확장 개점을 알리다! (출처: 조선신문 1934년 6월 21일) (국립중앙도서관 대한민국신문아카이브 제공)

그렇다면 백화점의 실내는 어땠을지,

하야시 히로시게의 역사서 미나카이 백화점을 토대로 재구성해 해보겠습니다.

미나카이 백화점 대전점은 부산점과 마찬가지로 건물 외벽에 설치된 일루미네이션(illumination, 조명장식)’이 백화점 건물과 혼마치 일대를 눈부시게 밝혔습니다.

미나카이 백화점 대전점의 신문 광고 (출처: 조선신문 1934년 1월 7일) (국립중앙도서관 대한민국신문아카이브 제공)

백화점 1층에는 화장품, 장신구, 식료품, 문구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간 2,3층에는 포목, 신사복, 가구, 전기용품 등이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각 층에는 일본인 매니저들과 조선인 점원들이 일을 했습니다.

여성점원들은 기모노를 입었으며 남성점원들은 와이셔츠에 양복을 입었고 머리에는 포마드를 발라 단정함을 유지했습니다. 백화점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은 주로 일본어였지만, 한국인들에게도 상당한 인기였습니다때로는 백화점 안에서 철도화물전람회처럼 다양한 기획전이 열리곤 했습니다.

대전극장이 세워지던 날

1932년 대전에는 경심관(警心管)이라는 극장이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4년 뒤, 19362월입니다. 대전극장의 상동식(上棟式)이 열립니다. 상동식은 일본식 표기인데, 우리는 상량식(上梁式)이라 부르는 행사입니다. 집과 건물의 골조가 거의 완성되어 갈 무렵 고사를 지내며 축원을 기원하는 의식이죠. 그렇게 해서 대전극장이 문을 열고 대전사람들의 발길을 끌어 모읍니다.

대전극장 상동식(상량식의 일본식 표기)이 있던 날 (출처: 매일신보 1936년 12월 30일) (국립중앙도서관 대한민국신문아카이브 제공)

1949년 신문에는 대전극장에서 '마음의 고향'이라는 한국영화의 상영을 알리는 광고가 등장합니다.

대전극장에서 영화 '마음의 고향' 상영을 홍보하는 신문광고. (출처: 1949년 4월 8일 연합신문) (국립중앙도서관 대한민국신문아카이브 제공)

대전극장보다 먼저 생긴 경심관에서 발생한 화재를 다룬 기사가 인상적입니다. 경심관의 주인이 그 유명한 공주 갑부 김갑순입니다.

 

대전 최초의 근대식 백화점, 미나카이 백화점대전 초장기의 영화관, 대전극장.

지금은 그 어떤 흔적도 남아 있지 않은, 게다가 기록조차 찾기 힘들게 된 공간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때 그 시절에는, 모던걸과 모던뽀이들이 멋을 부리며 거닐고 즐기던 화려한 공간이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