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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여행/원도심이야기

[외국인소셜기자]대전 소제동에서 느끼는 옛 향수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인들 잊힐 리야.

                                                                                                   시인 정지용의 <향수>에서.

살다가 보면 언제인가부터 모르겠지만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리울 때가 많았습니다. 대전에 온 지 벌써 4년째. 이젠 타향이 고향처럼 그렇게 저도 모르는 사이에 익숙해졌답니다.

1988년에 태어난 저는 단독주택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다가 나중에 단지형 아파트에 사는 시대를 겪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옛날 추억들이 스며있는 낡은 단독주택의 동네가 많이 그리울 때가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자주 대전역 인근에 있는 소제동을 찾아갑니다. 왜냐하면,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던 옛날 추억이 그리웠기 때문입니다.

요즘 꽃샘추위에도 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제가 살짝 흐린 날에 나와서 그런지 꽃 색감이 엄청나게 옛날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이렇게 동네 구석에서 피어나는 꽃은 유난히 이목을 끌게 됩니다.  홀로 피어나오는 꽃이라서 그럴지도요.

대전 소제동은 아마 대전에서 아직도 70.80년대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동네일지도 모릅니다. 동네의 건물도 그렇거니와 심지어 가게들도 옛날 그대로인듯합니다.

지금은 장사를 거의 안 하는 가게들도 많아서 그런지 대전역 인근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소제동에 들어서기만 하면 차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합니다.

'이용원'과 '이발'이라는 단어는 최근에 좀 보기 드물었던 말이었지만 이렇게 다시 보게 되니 정말 오래 끓인 돼지국밥처럼 구수한 향기가 풍겨 나왔습니다.

옛날 동네여서 새 건물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좀 낡았지만, 길거리는 정말 아주 깔끔했습니다. 이렇게 한 걸음 한 걸음 발걸음을 옮기다가 눈을 감게 되면 옛날 어릴 적에 살았던 그 속으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렇죠. 그 속에서 살던 때가 그립습니다.

소제동에는 이렇게 책을 볼 수 있는 공간도 여기에는 마련되어 있습니다. 옛날 추억을 찾으면서 힐링하다가 힘들 때면 여기에서 이렇게 잠깐만 쉬시고 가셔도 됩니다. 그리고 여기에 있는 책을 좀 보시고 가셔도 됩니다. 소제동은 시간을 되돌리는 마법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평일이지만 지금의 소제동에는 고물상 몇 집이 장사를 할뿐, 대부분 가게가 모두 문을 닫고 있었습니다.

이곳은 저녁에 오는 건 추천하지 않습니다. 대낮인데도 이렇게 조용한데. 저녁에 이렇게 혼자서 다니자고 하면 좀 무서울 수도 있습니다.

아직도 이 동네에는 주민이 살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멀지 않아서 개발되고 동네가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7080 추억을 찾아보시자고 하시는 분들은 빨리 와보셔야 할 듯합니다. 참고로 여기에는 강아지가 좀 많은 듯 합니다. 무심코 걸어가다가 어딘가에서 강아지가 "왕왕왕" 짖는 소리에 놀랄 수 있습니다.

여기는 차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고 새 울음소리만 들리는 동네입니다. 간판도 옛날 스타일로 만들어졌습니다. 70, 80년대의 느낌이 확 풍겨 나옵니다살짝 흐린 날에 오시면 타임머신을 타고 옛날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이 더욱 듭니다.

개나리가 노랗게 활짝 피었네요. 한번 마음을 힐링하면서 걸어보세요. 새울음소리 그리고 동네 강아지 짖는 소리만 들리는 조용한 동네이면서도 또한 7080 추억을 찾을 수 있는 동네입니다.

우리는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새로운 것을 좋아하게 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가끔 옛날 과자와 옛날 소주, 옛날 동네가 그리울 때가 있습니다. 그러한 물건 속에 나만이 가지고 있던 추억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파트단지에서 살다 보니 모든 것이 편리했고 또한 깔끔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끔 옛날에 살았던 낡은 단독주택시절이 많이 그립기도 했습니다. 흐릿한 불빛을 둘러싸고 부모님 옆에 앉아서 도란도란거리는 그곳이 차마 꿈인들 잊힐 리가 없었습니다.

내 발로 걸을 수 있는 역사! 대전 소제동을 한번 방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