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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문화/공연

창작오페라<대전블루스>, 잘 있거라 나는 간다 이별의 말도 없이~

 

"잘 있거라 나는 간다
이별의 말도 없이
떠나가는 새벽열차
대전발 0시 50분
세상은 잠이 들어 고요한 이 밤
나만이 뿌리치며 울 줄이야
아~ 아~
붙잡아도 떠나가는 목표행 완행열차~  (후략)"

 

밤 12시 40분 무렵, 대전역 대합실의 가스등 아래에는 부여잡은 두 손을 애써 놓치 못하는 두 청춘남녀가 있었습니다. 곧, 두 눈을 글썽이며 이별을 아쉬워하는 이들 곁에 목포행 증기기관차가 들어옵니다. 

 

당시에 '대전부르-스'로 발표된 '대전블루스'는 대전에 출장왔던 작사가 최치수가 달밤 산책길에 목격한 연인의 모습에서 쓴 노래라지요. 작곡사 김부해는 3시간 여의 작업 끝에 끈적끈적하고 애절한 블루스 리듬을 입혀, 안정애의 구슬픈 목소리로 발표합니다.  

 

 

 

 

1950년 대 말에 만들어진 곡이라는데, 가사를 읽다보면 절로 따라부르게 됩니다. 20여 년이 흘러서 태어난 저도 알만큼, 첫 발표 이후 십 수 년이 지난 후에는 국민오빠 조용필, 1900년 대의 끝자락에는 소리꾼 장사익, 몇해 전에는 KBS방송국의 노래 대결 프로그램에서 나르샤, 그 이전과 이후에도 많은 가수들의 목소리로 세상에 다시 선보였기 때문이겠죠.

 

밤 8시 45분에 서울을 출발하여 0시 40분에 대전에 도착, 다시 0시 50분에 목포를 향해 출발했던 완행열차는 대전발 03시 05분 발차로 바뀌면서 금새 사라졌지만, 50여 년이 흐른 지금도 '대전블루스'보다는 '대전발 0시 50분'으로 더 기억되는 이 노래가 오페라로 찾아왔습니다.

 

 

 

 

지난 9월,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한 충남대학교로 향했습니다. 이곳 정심화국제문화회관에서 대전과 대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오페라 '대전블루스'가 첫 선을 보였거든요. 딱 사흘 간의 공연이었는데, 그 첫날이었으니 초연 중에서도 초연을 보러 갔지요.

 

 

 

오후 7시 30분 공연을 앞두고 일찍부터 많은 분들이 와 계시더군요. 대전사람들에 의한, 대전사람들을 위한, 대전사람들의 오페라인 만큼 저처럼 많은 분들께서 관심을 가지셨나 봅니다.

 

 

 

 

누군가는 업무를 마치자마자 누군가는 수업이 끝나자마자 달려왔을 이 저녁 시간에, 아주 반가운 시식 행사도 있었습니다. 하루종일 열심히 사느라 허기진 이들을 두 가지의 '대전부르스'가 맞아주었습니다.

 

그 첫번째는 전국 3대 빵집으로 손꼽히는 성심당의 '대전부르스떡'이라는 단팥찰떡입니다. 쫀득쫀득한 하얀 찹쌀떡 안에 알갱이가 살아있는 팥고물이 푸짐하게 들어있어 배가 든든했지요. 거기에 따뜻한 공정무역 커피 향이 더해져, 더 행복하게 공연을 기다릴 수 있었습니다.

 

 

 

 

두번째는 '대전부르스 생막걸리'인데요, 건전한 공연관람 문화를 위한 배려였는지 공연이 다 끝나고 나서 등장했습니다. 다들 공연에 대한 이런 저런 감상평을 나누며 한 잔씩 음미하며 돌아가셨죠. 저는 평소 보리술 한 모금만 마셔도 얼굴이 소화기 색깔이 되는지라, 딱 한 모금만 맛보는 것이 아쉬웠답니다.  

 

 

 

 

공연장 로비에서도 세계 최초로 오르는 이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분들로 가득했습니다. 벽면에 내려진 배우들의 사진도 근사했지요.

 

 

 

 

드디어 막이 오르고, 이야기는 서울역에서 시작합니다. 비혼모의 딸로 태어나 엄마가 원하는 완벽한 여성으로 살아온 다인은 졸업논문 심사를 앞두고 가출합니다. 엄마의 대역으로 살아온 자신의 삶에서 외할머니가 계신 대전으로 도망친 것이지요.

 

외할머니 진여는 한국전쟁 피난길에 대전에 자리잡고 칼국수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당장 먹고 살기가 바빴던 나날이 흘러 어느새 유명한 칼국수 맛집으로 키웠지요. 그녀는 다인의 고민을 듣고 품어주면서, 친아들과 같은 필규에게 부탁합니다. 다인은 필규를 따라 대전의 이곳저곳을 다니며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결을 만나게 되지요.

 

방황하던 다인이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동안, 오직 딸 다인만을 위해 살아온 엄마 연숙이 찾아옵니다. 그리고 이제서야 두 모녀는 서로에게 하지 못했던 속내를 드러내고 화해합니다.

 

그리고 다시 찾아온 사랑이 있으니, 연숙은 서른 해가 넘는 세월에도 자신만을 담아 온 필규의 마음을 받고 대전에 머무르게 됩니다.

 

다인은 이제 엄마의 뜻이 아니라 자신 스스로 선택한 삶을 살아내기 위해 씩씩하게 대전역으로 향합니다.

 

 

 

 

조금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이만큼 준비하기까지의 노력에 손질이 더해진다면, 언젠가 대전을 대표하는 창작오페라가 되겠지요.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와 비제의 '카르멘'도 초연은 성공하지 못했으나 공연이 거듭될수록 사랑받았다니, 대전의 오페라 '대전블루스'도 다시 무대에서 만날 날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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