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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여행/공원ㆍ마을

[대전명소]구불구불 이어진 천동 벽화마을 이야기 2편





천동(泉洞)

대전 동구에 위치한 천동은 물좋은 약샘이 자리한 동네라 하여 '샘골'이라 불려왔다고 합니다.
물 맑고 산 좋고 인심까지 넉넉한 마을,
천동의 얕은 골목길을 오르면서 마치 어린 시절로 되돌아간 듯한 착각이 들었습니다.

동구에서 실시한 벽화그리기 사업으로 탄생한 '주제가 있는 벽화'도 볼거리지만
대전천의 물굽이를 훤히 내려다 볼 수 있는 탁트인 경치와 
마을 뒤로 자리한 솔숲에서 그득한 바람이 묻어내오는 솔향,
좁고 가파른 골목길에 알알이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더욱 천동을 찾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마을 꼭대기로 오르는 골목길의 모양도 다양합니다.
야트막한 담장이 그늘을 짙게 만들었는지
아직까지 눈이 남아있네요.





마을 앞으로는 대전천이 굽이쳐 흐르고 있습니다.









어느 집 마당 한켠에서 몽글몽글 피어나는 연기가 참으로 정겹게 다가옵니다.



 

알바위로 오르는 골목길의 꼭대기까지 올랐습니다.






묘지가 있는 야산이 드러나네요.

 


알바위골 옆으로 고층 아파트가 들어선 것이 보입니다.
자칫 알바위골의 구불구불한 골목길에 서린 사연들도
모두 재개발이라는 이름하에 네모 반듯한 아파트에 갇혀버렸을 수도 있었을 텐데
고향의 모습처럼 굳건히 남아 있음에 
첫 발걸음인데도 마음이 푸근해짐을 느낍니다.









 

솔숲을 잠시 뒤로 하고 좁은 흙길을 내려갔습니다.





꼭대기집들 가운데서 빈 화분이 가득한 집을 발견했습니다.
이 화분들에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어떤 초록 푸성귀들이 자라고 있었을 테지요.



주인의 손길이 참 많이 간듯한 장독들도 눈에 들어옵니다



 

길들은 집 안으로 들어서게끔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어
저도 모르게 마당으로 들어섰습니다.
주인 할머니의 부지런함은 집안 구석구석에서 표가 나더라구요.
화초를 키우는 정성이 어찌나 지극하신지
겨울 찬바람에 말라버린 하늘고추의 모양새에 안타까움을 담아 보여주십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참 빛깔이 고왔는데...'
하시면서요.


마당 앞쪽으로 작은 밭이 마련되어 있고 호미 한 자루가 잠시 쉬고 있습니다.




대파 몇 뿌리가 용케 겨울을 견디고 있네요.






'경치가 정말 좋고 공기가 너무 좋아요. 할머니, 정말 멋진 곳에 사시네요.' 했더니
할머니는 경로당 가시는 길이라면서 따라오라고 하십니다.


할머니댁에서 바라본 풍경입니다.



담장 없는 옆집을 지나 할머니를 따라갑니다.








 


경로당 건물입니다.
앞서 가신 할머니는 보이질 않고
또 다른 분께서 제게 경로당에 와서 몸좀 녹이고 가라고 하시네요.
무얼 그리 신기하게 사진 찍을 게 있냐며 들어오라 하십니다.










 

 






 





선뜻 경로당에 들어가기가 머쓱해서 경로당 옆 골목을 흘끔거렸지요.
경로당 왼쪽으로 난 골목 담장에도 꽃벽화가 그려져 있네요.
'날아오르다'라는 벽화 주제에 맞게 꽃잎들이 춤추듯 초록 꿈길을 만들어냅니다.


 

경로당에 들어서니 할머니들이 여러분 계시네요.


 

점심 때는 거의 경로당에 모여 계시는 듯 했어요.
식사 당번을 정해서 돌아가며 준비를 하신답니다.



TV도 함께 보시고
점심도 같이 드시고
할아버지 흉들도 함께 보시며
가족처럼 오순도순 지내시더라구요.





왜 이곳은 개발이 되질 않았는지,
벽화가 그려진 후 달라진 게 있는지,
낯선 이들의 방문이 어떠신지,
할아버지들은 왜 경로당에 안 오시는지,
궁금한 게 너무 많아 질문을 쏟아냈지요.

주민들간의 이견들이 있어 개발되진 않았지만
볕잘들고 공기 좋고, 벽화가 그려져 동네가 환하다며
건강하게 살기에는 좋다고 하십니다.
다만 골목길이 비좁고 턱이 져 있어 
연탄이나 시장 본 물건들을 나르기까지 많은 비용과 힘이 드는 점이 불편하다고들 하시네요.
할아버지들은 모두 댁에 떼어놓고 오신다는 농담에
한바탕 웃음이 터졌습니다.






마늘을 찧으시던 할머니께서 자주 만들어 오신다는 개떡을 제게도 몇 조각 내와 맛보라고 하십니다.
저도 어릴 적 시골에서 자랐기 때문에 특별식으로 맛있게 먹던 술빵이라 어머니 생각도 나면서 어찌나 반갑던지요.
덥석 베어 먹었더니 그맛도 예전 먹던 그맛이었어요.
길거리에서 파는 노란 옥수수빵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담백한 콩맛이 일품이었습니다.




휴일 낮 불쑥 찾아온 낯선 제게 마치 먼데서 오랜만에 찾아온 자식처럼 여겨 주시네요.


알바위에 대해서 여쭙자 부지런하신 우리 술빵 할머니께서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십니다.
할머니는 가장 꼭대기집에 사시구요,
알바위는 이 마을 사람들에겐 '연애바위'로 불린다고 하십니다.
할머니댁에서 알바위가 가깝기 때문에 할아버지와 연애바위로 자주 가신다며
애정을 과시(?)하셨습니다.
농담도 잘하시고 음식솜씨에 인정까지 많으신 할머니는 피부까지도 어찌나 고우시던지요,
분명히 할아버지께 사랑받는 애교쟁이 할머니시겠지요.
연애바위골에 사니 모두들 연애하는 것처럼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활기차게 지내시는 것 같았어요.
어찌나 많이 웃었던지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점심때가 되자 양손 무겁게 대보름 나물을 삶아서 할머니가 오시고 모두들 반갑게 맞으십니다.




 

 


넉넉하고 분주한 대보름날이 될 것 같습니다.
대보름 행사 때 또 오라고 하시는데
아쉬움을 뒤로 하고 경로당을 나왔습니다.
'연애바위'를 찾아 나서야 했거든요.







골목길을 올라



 

알바위골 솔숲에 도착했습니다.




벤치가 있는 걸 보니 뭔가 보일 것 같아요.

 




두 개의 바위가 있는 공터를 발견했습니다.






 

할머니께서 말씀하셨던 연애바위인 것 같아요.
한 개의 바위는 평면형의 널찍한 바위요,
또 한 개의 바위는 기둥형의 뾰족한 바위인 걸 보니
남녀(음양)를 나타내는 것 같아요.

음양의 조화를 이루는 마을,
온정이 넘치는 화사한 마을의 기운이
이곳 이 바위에서 비롯된 것일까요?
저도 모르게 자꾸만 입가에 미소가 번져갔습니다.



 




솔숲을 뒤로하고 내려오는 길에 보이는 풍경입니다.





 골목을 오르는 할머니들의 발걸음이
꿈을 꾸듯 가벼울 수 있기를 기원하며




행여 놓친 골목이 있을 새라
구석구석 둘러보며 내려왔습니다.
















 






































대부분의 골목길은 볕이 잘들어 얼음이나 눈이 없었는데
이 길은 얼음이 얼어서 미끄러웠어요.
조심조심 다니셔야겠어요.





























































이 담장에는 한국화가 벽화로 그려져 있네요.
 뚫어진 벽에 꼭 맞춰서 걸어놓은 것 같은 청사초롱


































 












 







골목길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 골목 그림쟁이들입니다.
날아오르길 꿈꾸는 빈 담장들이 아직 많은 것 같아요.
아름다운 수고에 감사드리며
또 부탁을 드리며...















 







 


















꿈을 꾸는 모든 것들은 날아오른다.
꽃도 나비도
이곳 천동 사람들의 발걸음과
사랑이 넘치는 이야기들도...



동화 속 꿈길을 거닐듯
행복한 천동나들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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