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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문화/전시ㆍ강연

대전문학관 육필자료전, 황순원·신동엽 손글씨 보러오세요

 

여린 봄냄새가 물씬 풍기는 완연한 춘삼월.

 

'꽃샘에 설 늙은이 얼어 죽는다' 동구 송촌로 대전문학관 뒤편 작은 언덕엔 꽃샘추위의 시샘에도 따스한 봄볕을 선물받아 피어난 노오란 산수유가 꽃망울을 터뜨리고 관람객을 맞습니다. 대전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대전문학관의 올해 첫 기획전 육필자료전 <텍스트의 즐거움>이 14일 개막식을 갖고 전시에 들어갔습니다.


 



이번 전시는 퇴고의 흔적이 나타난 자료를 소개하는 ‘과정의 텍스트’, 한 편의 완성된 작품을 담은 ‘완성의 텍스트’, 서신 등 작가가 주고받은 자료를 전시하는 ‘교환의 텍스트’,  육필 퍼포먼스 작품을 다룬 ‘환기의 텍스트’, 관람객이 직접 체험하는 ‘텍스트의 즐거움’ 등 5개의 주제로 구성됐는데요. 전시를 둘러보는 내내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퇴고의 흔적을 직접 보는 즐거움에 빠져드는 전시입니다.

 


▲소설가 김성동의 <꽃다발도 무덤도 없는 혁명가들> 사전조사 원고.

서정주 (시인)의 육필자료


박명용 시작노트 박명용 (시인) / <호언장담하고 돌아오매> 외 교정원고 고 은 (시인)외 다수의 육필 자료가 있다

1. 과정의 텍스트

최고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는 작가의 흔적이 그대로 기록되어 있는 육필자료들입니다. 작가가 쓰고 지우고 보태고 고치는 과정을 통해 오랜 시간 동안 다양한 변화의 과정을 거쳐 완성됩니다. 작품의 구상을 위해 사전 조사한 내용을 메모한 원고와 작품의 초고본 그리고 한편의 작품을 여러 차례 수정한 자료들을 살펴보면 완성된 작품을 읽는 것과는 또 다른 감상의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2. 완성의 텍스트

퇴고의 과정을 거쳐 온전히 한 편의 글로 완성된 작품을 적은 육필원고를 전시했는데요. 어떠한 문장이든 정해진 몇 개의 글씨체로만 인쇄되는 컴퓨터를 통해 구현된 텍스트가 아니라 작가의 성격과 심리 그리고 개성을 담은 서체를 감상할 수 있는 주제입니다.

완성의 텍스트라는 두 번째 주제에서는 신동엽 시인의 1959년《조선일보》등단작 <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 육필본이 소개되었습니다.
장시로 구성된 <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는 195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입선작으로 6.25전쟁의 실상과 비극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현대문명에 대한 비판정신을 담고 있습니다.

신문에는 원본 중 40여 행이 누락되어 발표됐는데요. 당시는 사회적 흐름, 분위기 때문에 시 전문이 그대로 수록되지 못했지만, 이번 전시된 원고에는 누락된 내용까지 모두 담겨 있다고 합니다. 이런 이야기가 당시 신동엽 시인이 아내에게 보낸 편지에 그대로 표현이 되어 있어 굉장히 의미가 깊은 육필자료라고 합니다.

이 자료는 신동엽 시인이 이병우 교수에게 영어 번역을 부탁하여 편지와 함께 보낸 원고로, 이병우 교수가 소장하고 있다가 강태근 대전문학관 관장에게 전달해 이번 전시를 통해 공개된 것이라고 합니다.

벽면에는 사진으로 촬영한 영입본이 전시되어 있구요. 쇼케이스 안에는 원본이 전시되어 있으니 비교 하면서 관람하시면 더욱 좋습니다.

3. 교환의 텍스트

한 편의 완성된 육필 텍스트가 누군가에게 전달되어 메시지로 기능한 사례를 소개해 놓은 텍스트입니다. 이들 자료에는 작가와 작가가 서로 문장을 주고 받으며 문우(文友)의 정을 나누는 따뜻한 이야기와 좋은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고뇌하는 인간적인 면모들이 그대로 나타나 있습니다. 작품 안에서는 볼 수 없는 작가들의 삶과 진솔한 내면 이야기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설가 황순원 선생이 지금의 대전문학관 강태근 관장에게 보낸 텍스트


정호승 시인이 시인으로 등단하기 이전 상병으로 군 복무시절 지금의 대전문학관 관장에게 보낸 텍스트

 

꼬깃 꼬깃 접히고, 손때가 묻고 누렇게 변해 버린 편지가 흘러가버린 오랜 세월의 아득함을 말해 줍니다. 궁금하고 보고싶고 그리운 이에게 보내는 편지. 군생활에선 제일 반가운게 편지라고 합니다.


무정한 친구를 탓하기도 하면서 자신의 근황을 알려 주는 친구. 신문에서 친구의 이름 석 자를 발견하고 무척 반가웠다는 내용의 편지엔 한없이 그리워하는 친구의 심정이 원망으로 변했다가 그 원망은 결국 그리움으로 다시 돌아 옵니다.




이밖에도 소설가 김성동, 박목월 시인, 서정주 시인, 천상병 시인. 황순원 소설가, 나태주 시인, 정호승 시인, 박용래 시인 등 한국 문학사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필체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육필자료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4. 환기의 텍스트

텍스트가 지니고 있는 소리와 느낌을 재해석하여 예술가의 몸으로 표현하고, 몸의 움직임이 다시 하나의 획이 되어 새로운 텍스트로 완성된 작품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몸으로 쓰는 육필이 보다 역동적이고 아름다운 작품으로 완성되는 과정을 전시하기 위해 박석신 화백이 이날 육필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작품을 완성시켰는데요. 이 작품은 전시기간 내내 전시된다고 합니다.





『시의 주제를 그림으로 표현하다.』 - 박석신 화가 -


이날 개막식에선 평소 박 화백이 존경하는 대전의 대표문인 중 정훈 시인과 박용래 시인의 작품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국악의 잔잔한 음률이 흐르는 가운데 붓을 잡은 박 화백의 손은 빠르게 산을 그리고 앵두꽃을 그리며 박용래 시인 외할머니가 둘러주시던 목수건이 바람에 나부끼는 감성을 더해 봄처녀의 모습을 표현했습니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눈물의 시인 박용래의 싯구 마지막에 붓이 멎는 순간 관람객들에게 큰 박수와 호응을 받았습니다. 

시와 그림을 보다 보면 예술의 향기가 느껴집니다. 문학과 예술에 조예가 깊지 않아도, 그닥 취향이 없어도, 시를 읽고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 속이 위안이되고 힐링이 됩니다. 이날 박석신 화가는 정훈 시인의 <정> 과 박용래 시인의 <앵두, 살구꽃 피면> 두 시의 주제에 맞게 예술의 기운을 불어 넣었습니다.




5. 텍스트의 즐거움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는 전시 공간도 마련됐는데요. <과정의 텍스트>, <완성의 텍스트>, <교환의 텍스트>, <환기의 텍스트> 가 각각 제시하고 있는 '퇴고하기 - 작품 창작하기 - 작품 보내기 - 텍스트에 대한 느낌 육필로 표현하기'중 마음에 드는 활동 한 가지를 선택하여 체험하고 완성된 텍스트를 정해진 상자 안에 넣으면 되는데요. 읽고 쓰는 과정을 통해 텍스트가 주는 즐거움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이번 전시의 마지막 텍스트입니다.


<대전문학관 강태근 관장><대전문화재단 이춘아 대표이사>



이날 개막식에는 이춘아 대전문화재단 대표이사를 비롯하여 대전의 문학과 예술활동을 하는 많은분들이 참여하셨는데요.

이자리에서 행사를 주관한 강태근 대전문학관장은 "대전문학관이 소장하고 있는 유명 문인들의 육필을 텍스트별로 나누어 전시하였으며, 특히 이번 전시에 수고해주신 직원들에게 깊이 감사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전시의 제목  '텍스트의 즐거움'은 프랑스 작가 롤랑 바르트(1915~1980)의 저서에서 따온 것"이라며 "‘텍스트’를 단순히 문장의 덩어리로 보는 것이 아니라 쓰는 과정과 읽는 과정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의미가 생성되는 공간으로 생각하며 전시를 감상하면 더욱 재미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개막식후, 다과회가 끝나고 한 번 더 전시장을 둘러 보다 눈에 띈 충무공 이순신 친필 난중일기(1592.2.13~ 1598.12.14)>가 눈에 띄었습니다. 임진왜란 7년 동안 보고 들은 사실을 기록한 비망록. 전투중에도 차분하게 육필로 일기를 써 내려간 충무공 이순신 난중일기. 400년이 넘은 지금 그때의 육필을 만나 볼 수 있다니 ~ 기록의 대단함을 새삼 느꼈습니다.   




전화와 TV가 없었던 50~60년대. 그때 유일한 통신은 손으로 쓴 글씨. 육필이었습니다. 중학교때 부터 편지를 자주 쓴 필자도 편지 안써본지 25년이 넘은것 같습니다. 빨간 우체통에 편지를 넣고 답장이 올때 까지의 기다림. 그리고 답장을 받아보는 그 순간의 즐거움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기쁜일이었는데 주고 받는 손편지 없는 요즘 그때 그시절이 그립기만 하네요.


통신문명이 발달된 요즘은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게 해결되는 시대입니다. 유수같이 흐른다는 세월의 변화에 손글씨 쓰는 일이 거의 사라지고, 컴퓨터 자판만 두드리면  멋드러진 서체가 제공되는 시대입니다.

육필은 우리가 몸으로 직접 쓴 글씨이며 몸이 말하는 언어입니다.  이번 전시는 대전문학관이 소장하고 있는 자료 가운데 주요 육필 자료를 소개한 전시입니다. 활자화된 텍스트에서 벗어나 종이위에 작가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대전문학관 기획전시 육필자료전 <텍스트의 즐거움>을 통해 쓰고 읽는 즐거운 경험이 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오감으로 봄내음을 느끼는 요즘. 어지러운 나라일에 우리네 가슴엔 서늘함이 가득하지만, 대전문학관 육필 자료전 <텍스트의 즐거움>으로 따스함과 아늑함을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대전문학관
대전시 동구 송촌남로 11번길 116
(042-621-5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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