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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맛집/동구맛집

육회 콩나물밥 달인 '왕관식당', 40여년의 세월이 담긴 맛

촉촉한 봄비가 상큼하게 내리던 날 문득 구수한 콩나물밥이 생각납니다. 그럴 때면 꼭 생각나는 곳, 대전의 자랑거리라 해도 과언이 아닐 <왕관식당>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대전 원도심의 상징이 된 중동 작은 미술관과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풋풋함과 정겨움이 가득합니다.


골목 어귀에서 바라본 식당 입구의 모습은 어렸을 적 놀던 그런 작은 골목 그대로였습니다. 다시 또 이 골목에서 뛰어놀고 싶은 즐거운 충동이 생겨납니다. 정겨운 노란 간판을 보고 따라 들어간 왕관식당은 하루에 두 시간만 영업을 한다고 해서 더 유명해진 곳입니다.

느지막하게 출발해서 매번 발걸음을 돼 돌렸던 아쉬운 기억이 많은 터라 조금 일찍 서두릅니다. 영업시간은 정오부터 오후 2시까지, 하루 단 2시간만 영업을 한다는 방침이 이어진 게 어느새 40년을 훌쩍 넘겼습니다.

하루 단 두 시간의 영업만으로도 40년이 넘는 세월을 이겨낼 수 있는 이유는, 맛을 지켜내고 있는 '한결같음'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리고 메뉴를 복잡하게 늘리지 않고 한 우물만 파고 있는 우직함이 그 비결 아닐까도 생각이 됩니다.


12시가 채 되지 않아 도착했는데 벌써 실내는 부지런한
식객들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일찍 서두른 보람이 있습니다. 자리에 앉기 전 메뉴판을 봅니다. 콩나물밥이 4,000원입니다. 이 정도 가격이면 가성비도 최고 수준입니다. 게다가 맛있다고 소문이 자자한 국내산 한우 암소 육회가 저렴한 가격에 제공되니, 메뉴판만 봐도 벌써 군침이 흐릅니다.

 

벽을 채운 액자를 살피니 모 방송국의 <비빔밥 최강 달인>에 선정될 만큼 대단한 곳입니다. 특히 정직한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조차 감탄해 마지않았던 콩나물밥이라 하니, 적어도 <맛있는 콩나물밥>이란 게 어떤 맛인지 최소한의 기준이 될 수도 있는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콩나물밥 식단 구성에 대한 이미지 액자

비빔밥 최강달인 인증샷

 

콩나물밥을 영어와 일본어로 표기 해 놓은 단출한 구성의 메뉴 사진과 방송 출연시 모습이 액자로 만들어져 벽에 걸려있습니다. 상위에 올라올 메뉴의 구성이 매우 소박해 보이니 오롯이 그 맛에 집중할 수 있겠습니다.

 


밑반찬이 상위에 올라옵니다.
사진보다 더 맛있어 보인 깍두기와 된장국은 실제로도 상당한 존재감을 발휘하네요. 이 정도면 이것만으로도 밥 한 그릇 뚝딱 먹어치울 수도 있겠습니다.


드디어 주인공인 <콩나물밥>이 등장합니다.
이 콩나물밥은 콩나물 삶은 물로 밥을 짓는다 했는데, 정말 그 풍미가 대단했습니다. 거기에 입안에서의 식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콩나물밥에 들어가는 콩나물 중 절반은 노란 머리 부분을 제거하고 밥을 짓는다고 합니다. 노란 콩부분이 붙어있는 콩나물로만 지은 콩나물밥보다 훨씬 식감이 좋아진다고 하는데 실제로도 아삭한 식감이 일품이었습니다.

 

<콩나물밥>의 존재감을 더 끌어올려 줄 <왕관식당>의 비법 양념장입니다. 많이 짜지 않은 양념장과 콩나물밥의 궁합은 그야말로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겠습니다. 은은한 액젖의 향이 깊은 맛을 내 주는 것 같습니다. 아.. 좋네요. 

 

그렇게 즐거워하는 사이 <육회, >가 등장합니다. 둘이 간다면  육회 를 주문하면 딱 좋을 것 같네요. 접시 위의 육회를 보니 그 양도 적다고 할 수 없겠습니다. 실제로 얼마전 변두리 고깃집에서 먹었던 육회는 이게 육회인지 야채 무침인지 모를정도로 잡다한 양념 푸성귀들을 더 많이 섞어 내 놓아 속으로 은근히 부아가 난 적이 있습니다. 그런곳을 생각한다면 이곳의 육회는 가성비 최고입니다.

한 젓가락 듬뿍 집어 맛을 봅니다. 복잡하지 않은 소박하고 담백한 육회가 입안을 즐겁게 합니다. <채움>보다는 <비움>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 육회 한 젓가락을 먹으며 느끼게 됩니다.

 


콩나물밥을 먼저 양념장과 비벼주는 게 순서입니다. 뜨거운 밥을 비비며 한 김 식혀 낸 후 그 위에 육회를 한 움
큼 올려봅니다. 이로써 왕관식당의 육회 콩나물밥이 완성됩니다.


맛칼럼니스트 황교익 씨가 칭찬해 마지않던 최강 달인 <육회 콩나물밥>을 한 입 먹어보니, 왜 그렇게 칭찬이 자자했었는지 이해가 가네요. 질지 않게 오돌오돌 잘 지어진 밥 안에는 콩나물의 구수함이 가득하고, 짭쪼름한 양념장과의 환상적 콜라보레이션을 이뤄내며 그 맛을 더 상승시킵니다.

거기에 담백한 육회가 자신의 맛을 잃지 않고 꿋꿋한 존재감으로 입안을 즐겁게 해 줍니다. <맛집> 맞습니다. 이런곳이 맛집입니다. 맛집이라 불리기 위해서는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할 덕목으로, 업주의 '한결같은 마음가짐'일 테고, 그 다음이 '좋은 식재료', '음식을 만드는 정성', '적당한 가격' 등이 될 것 같습니다. 특히 각 식재료들마다 갖고 있는 고유의 맛을 뒤죽박죽 섞지 않고 하나하나 꼼꼼히 지켜내 주고 있는 정성이야말로 먹는 이를 행복하게 해 주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맛있게 먹고 일어서며 둘러 본 주방의 모습입니다. 위생적으로 잘 관리되고 있어 보여 더 좋았습니다. 대전 최고의 맛집이라 해도 손색없을 <왕관식당>의 육회 콩나물밥, 대전에 찾아올 친지들을 데리고 가 자랑하고픈 진정한 맛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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