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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여행/원도심이야기

원도심 명물 한밭복싱체육관, 공은 울리고 세월은 다시 흐른다

 

 

 

대전평생교육진흥원 부설 대전시민대학이 3학기가 시작이 되었는데요.


대전시민대학의 많은 강좌 중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하여'란 슬로건을 내건 공동체가 있습니다. 공동체 가운데 ‘여름에 떠나는 숲길여행’의 ‘마을뒷산 산행’ 반이 있는 데요. 그 마을뒷산 산행 반이 특별한 나들이를 하였습니다.


개강기념으로 산이 아닌 원도시 명물 한밭복싱체육관을 찾아 가기로 하였습니다. 대전시민대학을 출발해 한밭복싱체육관을 찾아가는 길도 학습자들에게는 흥미진진한 볼거리가 많아 발걸음은 더디기만 하였습니다.


대전 중구청 앞 하늘색 공중전화 부스 옆에는 2개의 발바닥 모양의 안내판이 있습니다. 걷고 싶은 길 12선, 원도심 어울림 길이라 되어 있습니다. 12선이라 했으니 대전의 12곳에 만들어 놓았다는 것이지요. 그러니 대전의 어느 곳을 가던 만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식장산, 보문산, 도솔산과 월평습지, 현충원, 시청 앞 등 대전의 어느 곳을 가던 눈여겨보면 반가운 발바닥 모양의 안내판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 원도심 어울림 길 안내판에서 한밭복싱체육관을 찾아가는 특별한 나들이를 시작합니다.


발바닥 모양의 어울림길 안내판이 있는 이 지역은 중구청의 문화예술의 거리이기도 합니다. 그런 관계로 문화예술과 관련된 소극장, 필방, 갤러리, 문화재건물, 심지어는 찻집까지 시대를 넘나드는 이색적인 건물들이 많지요.


산호다방과 일신필방을 지나면 화첩기행의 박석신 화백갤러리 PARKing 문화공간 주차에 도착하지요. 마침 작품 전시중 이어서 직접 작가로부터 설명을 듣고 나니 작품을 보는 눈이 높아진 느낌입니다. 마음이 풍성해진 느낌입니다.


다시 닭도리탕으로 유명한 좁은 골목을 빠져 나오면 대흥동 성당과 만나게 되는데, 이곳 주변은 문화재건물들이 많지요. 아르느풍의 아름곡선이 돋보이는 대전여중강당, 두 손을 모우고 기도하는 모습의 대흥동 성당, 서쪽의 강렬한 햇빛을 차단하기 위해 창문 위에 설치한 수직 블라인드가 돋보이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구 충청지원의 대전시립미술관 대전창작센터.


옛 대전의 문화재 건물들을 둘러보면서 잠시 옛 추억을 더듬어 보는 시간도 가져봅니다. 행단보도를 건너면서 대전의 대표빵집 성심당을 지나갑니다. 고소한 빵 굽는 냄새가 코를 자극합니다. 앞을 보면 NC 패션건물이 눈에 들어오고 맞은편으로는 부도가 나 짖다만 높은 메가시티 건물이 눈에 들어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원도심의 흉물 화 되어가는 모습에서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원도심의 상인들도 이제는 지쳐서인지 철거를 원한다는 플랜카드가 많이 걸려 있습니다. 하루빨리 정상화되길 기대해 봅니다. 자 이제부터는 한밭복싱체육관을 찾는 일만 남았습니다.


삼성화재 건물이 보이고 하나금융투자가 들어선 높은 건물과 그사이로 중앙로 치안센터가 움츠리듯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밭복싱체육관은 눈을 씻고 찾을 내야 찾을 길이 없습니다. 세계적인 권투선수가 배출된 역사 깊은 권투도장이라 햇것만 보이지가 않네요. 



맞습니다. 한밭복싱체육관은 겉으로 대충건물만 보고는 찾아지는 곳이 아닙니다. 혼자는 여러 번 찾아 와 봐야 겨우 찾을 수 있는 곳입니다. 삼성화재 건물의 소나무 정원에 조그마한 한밭권투체육관과 벽 쪽으로 한밭복싱체육관 이라는 알림 간판과 표시가 있습니다만 무심코 체육관만을 찾을 여고 한다면 찾기가 여간 어려운 곳이 아닙니다.



 

삼성화재 건물의 소나무 정원과 중앙로 치안센터사이를 보면 아주 조그마한 골목이 보이는데 그 골목을 지나야 한밭복싱체육관을 만날 수 있습니다.

 



 

들어가서 보면 아니 이런 곳에 체육관이 있었나 하고 놀라게 됩니다. 온통 주위로 현대식 높은 건물로 둘러싸인 곳에 허루한 단층건물이 숨박꼭질 하듯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입구에는 먼저 빨래 건조대가 반겨 줍니다. 땀에 젖은 운동복들이 깨끗이 빨아져 널려 있는데요. 나 열심히 살고 열심히 운동 했어 라고 인사를 하고 있습니다.

 



 

체육관 입구에는 한밭복싱훈련도장이라는 간판이 있어 이곳이 정말 복싱체육관임을 알 수 있습니다. 





체육관 안으로 들어서면 오른편은 신발장, 왼편은 사각의 링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운동화를 보고 있으면 감회가 새롭다고 하네요. 

 




지금은 이렇게 각양각색의 멋진 운동화들이지만 예전에는 어디 운동화야고 손사래를 치십니다. 고무신이면 황송했다고 하네요. 그리고 그 옆으로는 색상도 다양한 복싱장갑이 있어 한번 껴보고 싶은 욕망이 듭니다. 

 








사각의 링은 예전 그 모습이라고 합니다. 손때가 탄만큼 연륜이 묻어나는 링과 열정과 땀으로 대변되는 복싱장갑과 헤드기어가 세월의 흔적을 넘어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사각의 링 따라 태극기와 각종 상장이 걸려 있고요. 승자존(勝者存), 즉 이곳에서 훈련을 하면 승리 할 수 있다는 현판이 걸려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종소리가 울려 화들짝 놀라게 됩니다. 그것은 매 라운드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에 맞춰 종이 울리기 때문입니다. 1라운드 시간이 2분이라고 하니 매 2분마다 종소리가 울린다는 이야기입니다. 종도 세월을 머금은 흔적이 얼굴전체에 나타나 있습니다.




안쪽에 자리 잡고 있는 사무실을 찾으니 관장님이 반갑게 맞아 주십니다. 좁은 사무실책상에서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있으니 검정다이얼 전화기입니다. 




 

받는 용도로만 사용 중이라고 합니다. 용건만 간단히 란 문구에서 어려웠던 시절 전화를 걸던 훈련원생들의 애환을 고스

란히 담고 있는 문구입니다.




 

한밭복싱체육관은 1961년에 개관한 곳으로 대전뿐 아니라 우리나라를 통 털어 가장 오래된 복싱체육관이라고 합니다. 55년 동안 만오천여명이 넘는 선수들을 배출하였다고 합니다. 한밭복싱체육관은 80m(24평) 체육관으로 관장님 성함은 이수남입니다. 






한밭복싱체육관 이수남 관장


인기 영화는 아니었지만 차형사 영화 촬영장소 이기도 합니다. 1969년 제50회 전국체전에서 단일팀으로 출전해 금메달 6개, 은메달 4개 등을 따낸 것을 비롯해 페더급 세계타이틀을 보유한 염동균 선수도 이 체육관 출신입니다.




오른편이 세계참피온 염동균 선수


 이 관장님은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1998년 대전시 체육문화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앞줄 왼쪽에서 두번째 분이 이수남 관장


이 한밭복싱체육관이 설립될 당시 지금의 삼성화재 건물은 시청 이었다고 하네요. 지금은 건강을 위해 복싱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예전에는 경기에 출전하기 위해 훈련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고 합니다. 오직 챔피온이 되어 배고 품 에서 벗어나기 위한 삶의 투쟁이었다고 합니다. 

 



 

또한 한밭복싱체육관은 주먹께나 쓴다는 왈패들의 소굴이었다고 하네요. 그래서 하루도 편안한 날이 없었다고 합니다. 매일 경찰서를 찾아가 보증을 서고 찾아오는 것이 다반사였다고 합니다. 30여년 넘게 사모님이 식당을 하여 뒷바라지를 하였다고 합니다. 오직 복싱의 정도를 가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세월이라고 합니다.


한번은 세계유소년복싱대회에 단장자격으로 아제르바이젠 대회에 출전하였는데 모 선수가 첫 상대선수를 이겨 동메달이 확정되었지만 두 번째 선수에게 패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낙심한 나머지 난동을 부려 법의 심판을 받고 감옥생활을 하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끝내는 바른길을 가지 못하고 암흑세계를 떠도는 것을 지켜 볼 때 마음이 아프다고 합니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한밭복싱체육관을 거쳐 갔기에 많은 제자들이 찾아온다고 합니다.


그래도 찾아오는 제자들은 저명한 인사나, 부자가 된 제자보다는 힘들고 어려운 삶을 살아가지만 깨끗이 손 씻고 열심히 살아가는 제자들이 더 많이 찾아온다고 하네요.


그동안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학교 부지를 무단 사용하였기에 그동안 사용한 임대료를 내고 철거하라는 통지서가 왔을 때가 가장 어려웠다고 하네요. 하지만 많은 시민단체와 시민들의 성원으로 교육부에서 계속 사용해도 좋다는 허가를 받았다고 합니다.


평생을 오직 복싱하나만으로 살아온 인생이 후회되지는 않는다고 하는 관장님입니다. 마음만 바꿔먹으면 얼마든지 많은 돈을 벌수 있었다고 합니다. 유흥업소와 슬롯머신(빠찡꼬)에 이름만 걸었어도 지금쯤은 어마어마한 부자가 되었을 것이라고 하네요.




오직 복싱을 위해 평생을 걸어온 노년의 복서이야기에서 인생은 어떻게 살아가야 되는지를 배운 행복한 나들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55년이 넘는 긴 세월을 머금은 역사 깊은 복싱체육관이 대전의 원도심에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역사 깊은 한밭복싱체육관이 자본의 논리에 의하여 없어지는 안타까운 일이 없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