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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문화/공연

대전 연극, 추운 겨울밤 '별어곡' 역의 우리네 이야기



대전 연극, 추운 겨울밤 '별어곡' 역의 우리네 이야기




오늘부터 토요일까지 소극장 핫도그의 무대에 올리는 <별어곡>을 만나고 왔습니다. 

추운 겨울밤 별어곡 역에서 펼쳐지는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이 작품은

대전, 광주, 구미, 전주, 대구, 춘천, 부산의 배우들이 모여서 만든 독특함이 있습니다.




이 작품은 1989년 강원도 정선 근처에 있는 별어곡 역을 배경으로 합니다.

연극의 플롯은 눈이 오는 겨울 밤 막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사연을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절박하게 막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이들이 정말 막차를 탈 수 있을까?',

'이들은 정말 그렇게 막차를 탈 수 밖에 없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봤습니다.




눈이 오는 겨울밤, 별어곡 역 안에서 홀로 몸을 불사르는 톳밥 난로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 막차를 기다리는 모습은 초라하면서도 구수한 느낌을 자아내기에 충분했습니다.




때로는 춤과 노래로,

때로는 구수한 사투리로 진행되는 연극은 말 그대로 정겨움 그 자체입니다.




그렇게 눈 내리는 추운 겨울밤 별어곡 역 대합실은

시끌벅적함으로 뜨끈 합니다.




하지만 사연 없는 삶의 이야기는 없겠죠?

이 연극은 그렇게 역 안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로 진행됩니다.




제가 보기엔 이 연극에서 가장 강렬한 메시지를 던져주는 인물은

할머니와 미친 아가씨입니다.



 



연출가 선생님과 대화를 통해

왜 이 할머니를 마지막 부분에 등장시켜 정체를 드러냈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 할머니는 바로 위안부 할머니였는데요,

모든 사람이 공감하고 아파할 수 있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통해

모든 사람이 삶의 아픔을 공감하고 공유하길 바라는 연출가의 마음이었던 것입니다.




이 연극의 화자로 등장하는 역장...

그가 내뱉는 나지막한 한 마디 한 마디의 대사는 

마치 한 편의 비극시와 같은 슬픈 현실을 담고 있습니다.




결국 막차가 도착하고 모두가 자신들의 갈 길을 향해 떠나버리게 됩니다.


모두 막차를 향해 떠나버리고 난 후

할머니와 미친 아가씨만 역사에 덩그러니 남았습니다.

미친 아가씨의 '출산'의 장면과 이 둘을 제외하고 모두 떠나가 버린 것을 대조시킴으로

또 다른 희망을 내포하려 했던 연출가의 의도가 아니었을까 추측해 봤습니다.




모두가 그렇게 떠나버린 텅 빈 역사를 보며

담배 한 모금을 깊이 내 뱉으며 읖조리는 대사 한 마디...


이 연극은 막차로 떠나버린 자들의 모습을 통해

관객으로 하여금 자신을 되돌아 보게 만들게 합니다.




연극은 그렇게 끝나는가 싶더니만

갑자기 해학적인 인물이 등장합니다.


 

난데없이 등장한 만취한 사람은

특급열차가 서지 않는 별어곡 역에서 특급열차표를 내놓으라고 윽박지르더니만

뜬금없이 쓰러져 잠이 들어버립니다.


연극 <별어곡>은 인간의 이기심과 슬픈 현실을 결합시킴으로

관객으로 하여금 자신을 되돌아 보게 하는 무거움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조적으로 해학적인 결말을 위치시킴으로

연극이 갖고 있는 무게감을 다소 완곡하게 처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떠나고 싶으나 떠나기를 두려워 하는 두 여인을 대조적으로 등장시키지만

관객들은 이 사소한 대조를 간과할 수 있습니다.

만약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성의 노리개로 떨어져 버린 

이 두 여인의 공통점을 연극의 진행을 통해 발견할 수 있다면

이 두 여인은 서로의 삶이 이어지는 삶의 단편은 또 다른 의미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또 다른 희망을 품고 떠나는 자와

또 다른 희망을 발산하며 남는 자로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텅 빈 별어곡 역사 안에서 홀로 톳밥 난로를 태우는 쓸쓸한 역장의 모습은

마치 완행열차가 서는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작은 별어곡의 모습처럼

찾는 이 없어 슬픔을 홀로 품고 사는 또 다른 사람들을 반추하려는 것은 아니었을까요?




이 작품은 2015년 2월 27일(금) 저녁8시, 2월 28일(토) 오후4시에 소극장 핫도그에서 올려졌습니다.